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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인가영 Oct 11. 2022

옆집 할아버지의 고독사

아무도 몰랐던 죽음

 나는 살면서 겪지 않아도 될, 평생은 모르고 지내도 될 법한 일들을 꽤 겪은 편이다. 그중 하나의 기억을 오랜만에 꺼내보려고 한다. 

 대학교 2학년 때 단독 주택에 살았는데, 우리 집 현관문 다섯 발자국 정도 옆에 작은 컨테이너가 있었다. 아마도 남은 방 하나를 컨테이너로 만들어서 1인 가구를 살 수 있게 해 놓은 형태였다. 이야기하려고 하는 할아버지 이전엔 스리랑카 청년이 살았는데, "my dear..."과 같이 지나친 관심을 보여 조심하며 지냈던 기억이 있다. 하여간에 스리랑카 청년은 열심히 일을 해서 고국으로 돌아갔나 보다. 이후에 65세 정도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혼자 사시게 되었다. 원래 우리 가족은 좋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을 부리는 편이다. 그러므로 우리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희한한 옆집의 1인 가구들에 관심을 꽤나 쏟았고, 당연히 음식을 종종 나누기도 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부모님께 돈을 빌려달라고 하셨다. 안부를 전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전부였던 터라 돈을 빌리고 갚는 행위를 하기에는 부족한 사이지만,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미뤄두고 30만 원 정도를 빌려드렸다고 한다. 

 한참이 지났다. 이 집은 거실이 있는 층엔 화장실과 부모님 방, 오빠 방, 그리고 계단을 올라가면 옥탑에 내 방이 있는 형태였다. 내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벽이, 옆집과 마주하는 벽이었다. 이상하게 어느 날부터 기분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그런데 아침엔 나고, 저녁엔 또 나지 않았다. 평생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면서, 괜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할아버지 방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기척이 없었다. 외출을 자주 하시기도 하니까, 기다려 보기로 했다. 원래도 옆집 할아버지를 매일 마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에는 작은 창문이 달려있었는데, 창문은 살짝 열려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까치발을 들고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특별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이전에 맡았던 불쾌한 냄새가 또 나는 것 같았다. 여전히 할아버지는 기척이 없었다. 그날 저녁,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상했다. 무섭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한데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신 분이 아니기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셨을 수도 있는데,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찝찝한 상태로 일단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분명히 냄새가 심상치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경찰에 신고를 했고, 틀려도 됐을 그 불안한 의심이 맞아떨어져 버렸다. 나는 건방지게도 할아버지께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셨을 거라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를 뵙지 못한 날로부터 3일 전쯤, 할아버지는 어머니께 몇 주 전 빌려간 돈을 갚으셨다고 한다. 이렇게 되실 줄 아셨던 걸까... 괜스레 죄책감을 비롯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고인을 모시고, 청소 및 방역이 끝나고 이웃들은 욕봤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막을 수 있던 죽음일까?'에 대한 자문을 몇 주 간 해보다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잊혀 갔다. 지금에 와서 말하지만, 그때 맡았던 사체 냄새가 깊숙이 기억되어, 길을 걷다가 조금이라도 특이한 냄새가 난다 싶으면 움찔하게 됐다. 그런 때가 적어도 몇 달은 유지됐던 것 같다. 

 고독사는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가시는 길이 너무 오래 걸리시지만은 않도록 조금만 이웃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옆집 할아버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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