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9일
2022년 1월 29일 토요일 아침 9시 34분. 한국은 오후 4시 34분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평상시 보다 오래 있다 전화를 받으셨다. 그리고, 두터운 옷에 목도리까지 하고 계셔서 무슨 일인가 여쭸더니,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려고 준비를 하신다고 했다. 엄마는 아파트 3층에 사시고, 분리수거를 하는 곳은 1층. 그러시면서 바람이 몹시 많이 분다고 하셨다. 하하하. 그런데, 그 바람이 남쪽의 먼 끝 프레토리아까지 어느새 몰려온 건지 바람이 평상시보다 심하게 분다.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껴 있고. 햇볕도 없으니 이 바람으로라도 빨래가 말랐으면 좋겠다. 올 해는 비가 참 많이 온다.
앞 집에는 아주 큰 나무 있었다. 수명이 6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그 둘레가 어른 두 명의 품만큼이고 높이는 고개를 젖히고 쳐다봐야 할 만큼 컸다. 부엉이도 살 던 때가 있었고, 사하라 사막 남쪽에만 산다는 Hadeda라는 따오기류도 둥지를 트고 살기도 했었다. 하루 종일 수시로 온갖 새들이 바쁘게 드나들며 아주 시끄럽고, 바쁜 그런 나무였다.
내가 이 동네에 온 것은 2009년 11월. 결혼 후 3년 동안 아파트에서 살다가, 집을 장만해서 이사를 왔다. 우리 집은 방이 3개인 북향의 자그마한 단독 주택으로 앞, 뒤, 오른쪽, 왼쪽 모두가 벽으로 이웃과 접해 있고 앞마당이 있다. 우리가 이사 온 뒤, 왼쪽에 사는 이웃을 빼고는 모두 한 두 번씩 주인이 바뀌었다. 앞 집에는 80대 후반의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몇 해 전에 양로원으로 들어가시면서, 집을 팔았고, 건축업자가 집을 사서 두 세대가 살 수 있도록 고친 후 새 가족들이 들어와 산지 1년이 되어 간다.
그 나무는 앞 집 뒷마당의 한 귀퉁이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집 앞마당과 차고 위로 가지를 뻗으며, 우리 집과 앞집의 경계인 벽 근처에서 자라고 있었다. 해 질 녘에는 아주 큰 그림자를 우리 집 앞마당에 드리우고, 수시로 떨어지는 자잘한 잎들은 마당과 차고 앞을 많이도 지저분하게 했다. 이런 이유로 이사 온 지 몇 해 후, 앞 집주인에게 그 나무를 자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었는데,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 집으로 넘어온 가지만을 자르는 것으로 합의를 봤었다. 전직 치과의사였다는 주인 할아버지는 “내가 이곳에 이사 와서 심고 키운 것인데, 절대로 자기 손으로는 자르지 않겠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며칠 전 퇴근하고 차고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환해진 느낌이 들었다. “어 뭐지?” 하고 보니. 그 나무가 잘라져서 덩그러니 몸통만 남아 있는 것이었다. 새 주인이 들어와서 그 나무를 자른 것이다. “아, 드디어 잘렸구나!”. 10년 넘게 너무 간절히 바라던 것이 었는데,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고, 그냥 얼떨떨하게 좋았다. 안방에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면 그 나무 때문에 가려졌던 하늘이 열리면서 온 세상이 몇 배는 환해졌다. 하늘이 한 뼘은 더 넓어진 것 같다.
며칠을 그렇게 아침, 저녁 수시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넓어진 하늘과 깨끗한 앞마당을 보면서 좋아하고 즐기다가 불현듯 그 나무가 들판에 심어졌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아직 까지도 그 너른 가지를 옆으로 위로 키우며, 조잘 거기는 새들을 품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바람에 살랑살랑 잎들을 흘리며 서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