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부언니 Sep 04. 2022

자랑하자 유저 후기

서비스의 존재 이유는 그들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우리가 기대한 
: 운동  어땠는지에 대한 기록

실제
 유저가 작성한 
:
코치님 전상서



우리 유저에게
운동 후기란?


서비스 초기부터 있었던 [운동 후기] 기능은 지극히 공급자적인 관점에서 설계되었다. 입력하는 내용도 서비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가까웠다. 정말 최소한의 기능만 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서비스 극 초기에 디자이너의 투입 없이 개발된 탓에 (디자이너로써) 아쉬움이 많았다. 말하자면, 나의 아픈 손가락이다.


[유저가 응답하는 문항]

오늘 수업 내용은 얼마나 만족스러우셨나요?

운동 레벨은 잘 맞나요?

운동 후 개운함을 느끼셨나요?

의견이나 트레이너에게 질문 있으면 남겨주세요.


문항만 봐서는 서비스의 만족도를 묻는 페이지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지막 항목에 대한 유저들의 응답률이 꽤나 높았다. 그것도 주관식 문항인 데다 필수항목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의견이나 질문'을 남기라는 문항임에도 불구하고 코치님께 보내는 편지에 가까운 후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우회로를

찾아서라도

특정 기능이 불편하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아무도 그 기능을 찾지 않게 되면 어느 날 유저에게서 잊히게 된다. 리트니스에서 라이브로 운동을 마친 유저는 운동 후기 작성 화면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만약 앱이 갑자기 종료되거나 다른 화면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경우, 후기를 작성할 수 있는 화면을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저는 후기 작성을 포기하게 된다. 서비스에서 이렇게 이탈한 후기 작성 화면에 다시 접근할 방법을 안내하지도 않을뿐더러, 굳이 볼일(운동)이 끝난 상황에서 벗어나버린 후기 작성 화면을 번거롭게 찾아 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운동 후기 기능은 좀 이상했다. 유저들이 우회로를 찾아 코치에게 후기를 남기고 있었다.


라이브에서 후기를 적지 못한 몇몇 유저는 해당 수업의 [다시 보기] 콘텐츠로 들어가  분간 영상을 시청한 , 후기를 남기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이런 우회로를 알린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여러분 계셨다.


마치 게임을 하다가 하다가, 이제는 더 이상 즐길 콘텐츠가 없어서 (고인무..ㄹ.읍읍)유저들끼리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를 즐기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그런 후기를 만날 때마다, 좀 더 제대로 설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면서도 참 감사했다.




서비스의 존재 이유는

그들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유저의 이야기는 항상 소중하다. 서비스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그들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우리의 [운동 후기] 기능은 사용해달라고 홍보하고 사정하지 않아도, 유저 스스로 우회로를 찾아서라도 작성할 만큼 잘 쓰이고 있었다. 이미 잘 쓰이고 있는 기능을 개선하거나, 이걸 힌트로 더욱 쓸모 있는 프러덕트를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에 운동 후기 기능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몇 번 했으나, 결국 팀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해당 기능의 개선으로 얻게 되는 긍정적인 결과 지표와 개선해야 하는 근거를 명확히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후기 말고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결국 운동 후기 기능의 개선은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나는 어떻게든 유저들의 후기(라고 쓰고 편지라고 읽는)를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그나마 적은 리소스로 시도해볼 수 있는 건, 홈 화면의 배너의 유저 후기를 전시하는 것이었다. 감사하고도 감사한 후기들을 전시하여 유저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아 마음이 두둥실 떠올랐다.




자랑하자 유저 후기


빠르고 가볍게 시도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디자인 리소스를 더 투입할 계획이었다. 후기 내용 / 작성자 / 클래스명 / 수업 일자를 표시하고 후기 내용과 관련 있는 간단한 스톡 이미지를 배치했다. 후기들을 고르다 보니 우리 회원님들 입담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잘 쓰인 마케팅 문구에 가까운 내용의 후기들 중에서 배너로 띄울 몇 개를 추리느라 혼이 났다.

[1차 유저 후기 배너]


배너를 띄우고 보니, 몇 가지 개선하면 좋을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1. 가장 잘 보여야 할 텍스트는 후기의 내용 이어야 한다.

2. 수업 스틸컷을 사용하면 콘텐츠 성격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을 것 같다.

3. 정보가 너무 다양하다. 날짜를 빼고 3개(후기/작성자/클래스명)로 줄이자.


[수정사항이 반영된 2차 유저 후기 배너]


앞서 이야기한 사항들을 반영하여 배너의 디자인을 개선했다. 적용된 항목은 아래와 같다.


1. 유저와 라포가 형성된 코치의 이미지로 시선을 끌 것. '어라, 우리 코치님 후기잖아?'

2. 텍스트는 유저가 직접 한 이야기일 것, 화자가 공급자여서는 안됨.

3. 배너의 랜딩은 클래스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화면으로 떨굴 것


유저가 배너를 클릭한 다음
할 수 있는 액션은 3가지다.

클래스 상세 내용 확인

클래스 예약

다른 사람들의 후기 더보기


배너에 이끌려 들어온 유저는 클래스의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거나, 수업을 예약하거나, 맛깔나는 입담의 다른 유저 후기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배너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배너-클래스 상세]로 랜딩 되는 유저의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배너-클래스 상세로 랜딩 된 유저의 수]


기존에도 배너를 클릭하는 유저의 모수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천장을 뚫었다는 것의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유저 후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앱 배너로 전시했던 후기들 중에 클릭률이 노았던 내용을 묶어서 인스타그램에 [후기 맛집] 콘텐츠를 발행한다던가. 이 집 후기 잘하네~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제자리걸음 하는 콘텐츠 노출 천장 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