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로 13번째 월급 받는 방법
주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년을 열세 달로 살 수도 있다.(혹은 열세 달을 일 할수도...) 프러덕트 디자이너의 업무 특성상, 디자인 툴을 만지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많은 날들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면, 어느 순간 '이러다가 감이고 뭐고 다 잃는 거 아냐..?' 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힙하면서도 시각적 희열을 주는 그래픽만 눈에 들어오고, '이러다가 곧 퇴물이 되겠지'하는 생각에 침울해지기도 한다. 나름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계속해서 디자인 툴을 손에서 놓지 않을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개인역량의 지속적인 개발을 핑계로 야무지게도 합법적(?) 겸업을 해왔다. (대표님 눈감아)
그중에 가장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활동은 아보카도 abocado와 함께한 로고 디자인 프로젝트다. 클라이언트가 배정되면 보통 4일 동안 1개의 로고 시안을 작업하게 된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수요일 즈음에 프로젝트를 받게 되면, 주말을 끼고 작업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파머님 눈 감아주세요) 로고와 목업을 함께 작업하다 보면, 여러 방면에서 디자인적인 감각을 잃지 않기에 좋다. 디자인 감도 잃지 않고, 용돈도 생기니 일석이조. 가계부를 뒤져보니, 시작은 2020년이었다. 처음으로 월급 외의 부수입을 만들었던 해였다. 나는 2년 동안 60개가 넘는 로고의 시안을 작업했다. 작업했던 모든 로고가 사업화되진 않았지만,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우리나라에 자기 사업하려는 사람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렇게 아보카도는 나에게 심적 안정을 주는 피난처가 되었다. 아보카도에는 일명 '파머'라는 애칭의 매니저가 존재한다. 이들은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를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데, 파머들 덕분에 디자이너는 오롯이 작업에만 리소스를 집중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코스트 때문에 스트레스받거나, 작업 퀄리티가 떨어질 걱정을 일절 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1절도 안 한다... 100%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한 부분이 정말 어메이징.. 게다가 의뢰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매번 작업할 때마다 흥미가 진진하다.
그렇게 쫌쫌따리 한 달에 10~30만원 정도 용돈벌이가 가능했다. 나 같은 경우는 통계적으로 8개의 작업을 하면 1개 정도 채택이 되었는데, 로고가 채택되는 경우 추가로 작업비를 더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12달을 모으면 3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된다. 마치 1년에 월급 13번 받는 느낌. 라잌 연봉 300+a 더 오른 느낌 ㅎ. 이것이 부수익의 늪이구나. 나의 가계부를 보며,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임을 시인한다.
서른이 넘어서야, 디자이너로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조금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를 알릴 수 있는 채널을 가꾸어나가고, 그 안에서 제 몫을 다 하는 디자이너로 살기로 했다. '1인 크리에이터 시대'라는 말이 생긴 지도 오래되었다. 나는 한 사람의 몫을 다 하기 위해서 Personal Branding부터 제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수년 동안 남의 사업의 브랜딩을 하다 보니, 이제는 나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친것이다.
나를 브랜딩 하려면, 우선 내가 다룰 수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다룰 수 있는 컨텐츠라는 것은 다시 말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거나 잘하는 것일수록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항목을 나열해봤다.
1. 내가 할 수 있는 것
2. 그중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것
3. 1번과 2번을 묶어서 구체화
- 디자인
- 글쓰기
- 맛집 찾는 능력 (정말 평균 이상으로 뛰어납니다.)
- 새로운 서비스 대신 리뷰
- 타로카드
1. 디자인 - O
2. 글쓰기
3. 맛집 찾는 능력
4. 새로운 서비스 대신 리뷰 - O
5. 타로카드 - O
1+2. 디자인 & 글쓰기 -> 브런치
3+4. 맛집 찾는 능력 + 새로운 서비스 대신 리뷰 -> 네이버 블로그
5. 타로카드 -> 카카오톡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도 괜찮다. 수익을 이미 내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그것과 묶어서 강화시키거나, 그것마저도 없다면 오히려 좋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만 있다면, 선택지가 정말로 무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을 들인 만큼 성장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10원 한 장이라도 내 손안에 떨어지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나로 묶인 두 가지 영역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발전되는 것은 물론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채널도 같이 늘어난다.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 하지만, 헤아려보면 계약서에 적힌 8시간이 아니라, 삶의 8할을 일하며 보낸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삶의 팔 할을 투자해서 벌어들이는 월급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대표님 아직 눈 감고 계시죠?) 결국 N잡러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이 서글프다. 그런 생각으로 주말을 더 살았던 것 같다. 주중에 하지 못한 일들을 하는 보너스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던 것 같다. 사실 요즘은 안식년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굴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