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물리적 비용을 아껴, 우리가 성장하는데 보태기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에 깨달았다. 구성원들 간의 이해도가 높을수록 정신적/물리적 리소스를 적게 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팀은 햇수로 3년째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난한 프로젝트에 끌려다니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곡소리가 나오고 있는 참이다. 우리는 일을 처리하는 것 외에 서로 간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이해시키는 일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이걸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라고 부른다.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거나, 비즈니스 언어의 숙련도가 높은 팀일수록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적게 들어간다. 반대로 서로의 이야기를 곡해하거나 필요 이상의 배려를 하는 경우,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는 증가한다.
3년 동안 한솥밥을 먹어왔기 때문에, 이미 서로를 (회사에서 함께 일할 만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크나큰 착각이었다. 문제의 이해도부터 생각의 방향, 문제풀이 방법, 하다 못해 도출해내는 결과의 정의와 주고받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까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뇌는 하나가 아니니까. 게다가 기획, 트레이닝, 디자인 등 전문 분야가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간만에 일 얘기가 아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느 날 우리 팀의 기획자가 이야기했다. 누가 보면 일 꽤나 열정적으로 하는 워커홀릭들만 모인 줄 알겠다. 딱히 그런 사람들만 모인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전체 팀원이 모여 사담을 나눌 자리가 없었다. 회사에서 일 이야기만 하면 되지 사담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종종 필요했다. 우리의 뇌는 8시간 내내 같은 강도로 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이게 무슨 일이야!]에서 김봉진 의장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봉진이라는 사람은 원래 말을 툭툭 하기도 하고, 장난도 치지', '이거는 꼭 챙겨줘야겠다'하는 이해가 있다면 훨씬 간결하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죠."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인다는 건 이런 것 같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대일수록 긴장된 상태에서 메시지를 작성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것들이 고스란히 일에 피로도로 돌아오게 된다고 의장은 덧붙인다.
실제로 답답한 회의 중에 소리 내어 웃는 행동이, 우리의 뇌에 산소를 공급하여 생각의 전환을 시켜주거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을 기점으로 팀의 소통 능력이 전반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을 이야기하기 위해, 밑밥을 장황하게 깔지 않는 편이 좋았다. 예를 들면, 'OOO가 A라고 이야기한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이해했고 그것도 괜찮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ㅁㅁ가 이야기했던 이야기를 ㅎㅎㅎ한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A를 다르게 생각해 볼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나는 A가 아니라, B라고 생각해. 그 이유는~'하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해질수록 후자와 같이 이야기하는 게 더욱 수월해졌다.
나 같은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불필요한 분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를 종종 하기도 한다. 두 가지 모두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높은 경우다. 침묵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최단 경로를 가로막고 있어도 문제고, 에둘러 이야기해서 필요 이상으로 길을 돌아가게 만들어도 문제다.
우리가 하나의 목적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다면, 생각하는 바를 분명히 이야기하는 것도 팀원 된 도리이다. 이제야 나는 거절은 반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사람들과 일하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는 어떻게 줄여야 할까?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 이제 티타임을 합시다.'라며 자리를 깔아준다고 해서 평소 안 하던 대화가 오고 갈 수는 없다. 그럴 땐 장소를 옮겨 새로운 환경에 우리를 노출시키거나, 함께 색다른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다 못해 사무실이 아닌, 길 건너의 잘 꾸며진 카페로 자리를 옮겨야 '어제 한산을 봤는데요'하며 누군가 말문을 트기가 더 쉬워진다.
그러던 와중에 위버(weebur)라는 워크숍 플랫폼에서 시연회 초청을 받았다. 시기적절하게 초청된 워크숍의 주제는 '입문, 칵테일'이었다. 각자의 주론(酒論)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내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매칭 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나에겐 '브랜디 알렉산더'라는 이름의 칵테일이 추천되었는데 최근에 연희동의 책바에서 맛있게 마셨던 민트초코 우유맛이 나던 칵테일이 떠올랐다. 이 외에도 위버에서는 목적에 맞는 워크숍을 다양하게 매칭 해준다.
위버를 통한다면 다양한 목적에 맞춰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다. 단순히 레크레이션을 위한 워크숍부터 시작해서 번아웃이나 슬럼프가 오는 시점에 하기 좋아 보이는 동기부여 워크숍과 직무 능률 향상을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 힐링을 위한 테라피 클래스, 취향 따라 야외 액티비티까지!
나는 우리 팀 컨텐츠 디자이너와 함께 초청받아 시연회에 참석했다. 평소 술을 전혀 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팀빌딩 워크숍에 대한 호기심으로 단결하여 합정으로 향했다.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되었던 워크숍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건 강사님의 뛰어난 언변뿐이었다. 근무하고 계시는 바를 알아내어, 당장 내일에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현장을 떠나 강연에 집중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위버는 몇 해 전에 알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취미/여가 카테고리의 워크숍 프로그램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취미/여가 외에 실무/역량 관련 워크숍 프로그램도 많이 신설된 것 같다. 흥미+실무를 잘 엮어 직장에서 성장과 여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진다면 좋을 것 같다. 아래는 위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바로 볼 수 있는 노션 페이지 링크이다.
https://weebur.notion.site/fc7b6d39b251464783cb245cef5df1ba
워크숍에 들어가는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적은 비용으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 우리 팀 기획자와 함께 경제적 자유&퍼스널 브랜딩 독서모임에 참가한 일이 있다. 우리는 수개월에 걸쳐 6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내용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참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팀과 TF팀 내에서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일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도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점괘에서 상상 속에서만 성공한다. 머릿속으로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상상은 언제나 달콤하다.(돈도 안 들고) 독서모임 이후에 가장 큰 변화는 가만히 누워, '해야지 해야지'생각만 하던 순간이 1/3로 줄어든 것이다.
3번 중 2번은 '해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벌떡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나에게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되돌아왔다. 어떤 순간은 글의 형태로, 어떤 순간은 이미지의 형태로 나타났고, 어떤 순간은 그날의 좋은 햇살과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도록 나를 문밖으로 데려갔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참 편하다. 그리고 참 편한 만큼, 죄책감도 신경에 거슬린다. 그래서 죄책감이 편안함을 치고 올라오는 순간 몸을 일으켰다. 10번 중 2번에서 3번 중 2번으로 횟수를 늘려가며 누워있는 것 외에 조금씩 다른 선택을 했다. 그렇게 누워있기를 멈추고 행동하는 순간, 하나둘씩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들이 나의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상쇄시켜주었고, 배움과 성장은 덤으로 따라왔다.
우리 팀은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상기하며,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우리의 눈앞에 그것들을 가시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렇게 하니 서로에게 다른 생각과 의견을 피력할 때 불편한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한 명이 답을 안다고 해서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도 없을뿐더러, 답까지 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사고방식대로 끊임없이 검열한다. 아직도 폭풍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마구잡이로 휘둘리는 중이지만, 그래도 잘했다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요 몇 개월 동안 우리는 아마도 이런 것들을 맞추어왔던 것 같다. 함께한 지 3년 만에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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