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피즈 부부, 반니
뜬구름만 잡고 목표를 이루지 못함
노력은 안 하고 결과만 바람
상상 속에서만 성공
아프다. 뼈. 카드로 뚜드려 맞은 기분이다. 몇 달 전에 올해 하반기 타로를 봤는데, 상상 속에서만 성공한다. 머릿속으로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 상상은 언제나 달콤하다.(돈도 안 들고)
최근에 우리 팀 기획자와 함께 경제적 자유&퍼스널 브랜딩을 주제로 한 독서모임에 참가한 일이 있다. 직장에서의 일이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도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을 읽은 건, 그 모임에서였다. 3개월간 달려온 독서모임의 마지막 책이었다. '계획을 구체화해라', '당장 행동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참 많고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자기 계발서를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다. 잘난 사람들의 당연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눈 지 몇 주 만에 일상이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평소에 누운 채로 '해야지 해야지'하며 그 상태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 10번 중에 8번은 누워있는다. 쉰다는 명목으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만, 딱히 잘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큰 변화는 가만히 누워, '해야지 해야지'생각만 하던 순간이 1/3로 줄어든 것이다. 3번 중 2번은 '해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벌떡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참 편하다. 그리고 참 편한 만큼, 죄책감도 참 신경을 거스른다. 그래서 죄책감이 편안함을 치고 올라오는 순간 몸을 일으켰다. 10번 중 2번에서 3번 중 2번으로 횟수를 늘려가며 조금씩 다른 선택을 했다. 그렇게 누워있기를 멈추고 행동하는 순간, 하나둘씩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들이 나의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상쇄시켜주었다. 행동에 작은 변화를 주었을 뿐인데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물들은 들인 노력에 비해 큰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혹은 구체화하여 행동으로 옮길 것)
자기 계발서들을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를테면 '목표롤 구체화하고 행동으로 옮겨라'와 같은 말. 하도 많이 들어서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표를 항목화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적어두라는 내용의 책을 5권 내리읽었더니, 이제야 그게 무슨 말인 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에서는 그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A : 시급히 달성해야 하거나 내게 가장 의미가 큰 항목
B : 중요하지만 막상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전에 생각의 여지가 필요함
C : 흥미를 유발하고 도전의식을 부르지만 A나 B칸으로 격상되려면 지금보다 많은 정보와 동기 요인이 필요함. 가능성에 그치는 아이디어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A/B/C로 구분한다. 여기서 A/B/C의 구분은 절대적이지 않다. 상황이 변함에 따라 B칸에 적혀있던 목표가 A칸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C칸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이렇게 유동적으로 경로를 재설정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나는 C칸에 두 가지 목표를 적었다.
우리 부부는 코로나 이전에 한 해에 두 번씩은 꼭 세부로 다이빙을 하러 가곤 했다. 남편은 비사이야를 할 줄도 모르면서 세부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아무튼 세부에서 한 달 살기는 정말 큰 목표다. 그렇다면 세부까지 가기 위해서 A와 B칸에는 어떤 목표를 적을 수 있을까?
A : 고정 외주 거래처 3곳 만들기
B : 월급 외 고정 수익 200만원 안정시키기
C : 세부 한 달 살기
직장에서 얻는 소득 외 200만원씩 매 달 외주로 벌 수 있다면, 어쩌면 디지털 노마드의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작년에 썼던 다이어리를 보다 발견한 건데, 2021년 여름에 '고정 거래처 3곳 만들기'라고 야무지게도 적어뒀더라. 조금 애매하지만 그래도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보다는 몇 발짝 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C칸에 적은 것은 '내 분야에서 책 한 권 쓰기'였다. 나는 일에서 재미도 찾고, 삶의 의미도 찾고, 일을 통해 성장도 하고 싶은 사람이다. 한 번쯤은 그렇게 배운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A칸과 B칸에는 아래와 같이 적었다.
A : 브런치 3곳 고정 기고
B : 브런치 구독자 1,000명 만들기
C : 내 분야에서 책 한 권 쓰기
많은 채널에 글이 소개될수록 더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도 같이 커진다. 부끄러운 글을 올리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자기 검열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나의 브런치는 2곳에 고정적으로 글이 링크되고 있다. 기존의 채널을 유지하며 한 곳을 더 늘리는 게 단기적인 목표(A)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글을 쓰고 있지만, 자기만족이라기엔 조회수가 적잖이 신경 쓰인다. 그렇게 부끄러움과 자기만족을 번갈아가며 브런치 구독자 1천명이 되는 것이 중기적인 목표(B)다. 그렇게 글의 양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엮는 날(C)도 오지 않을까.
생활 전반에서 80/20 구성비를 찾아내 성과가 미미한 활동들은 과감히 버린다.
내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나머지에서는 손을 뗀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제일 처음에 눈에 띄었다고 해서 끝까지 팔 필요는 없다. 첫 구덩이가 우물이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한 우물만 파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핸들링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긴 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은 쳐내가며 어제보다 더욱 단단해진 오늘의 내가 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A/B/C 시트에는 어떤 목표를 적어야 할까? 우리가 하는 일 중에는 80의 노력으로 20의 결과밖에 내지 못하는 일이 있는 반면에, 20의 노력으로 80의 결과를 가져오는 활동도 있다. A/B/C 시트에 어떤 항목들을 적어야 할지 망설여질 때는 20의 노력으로 80의 결과를 가져오는 활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경우는 '디자인'과 '글쓰기'였다. 두 가지 모두 표현의 도구이며,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기에 아주 좋은 재료다.
당장의 실적만 생각하면 금세 맥이 빠지고 일이 고달파진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즐거워야 한다. 확률게임을 하자.
2080의 결과를 가져오는 활동이라고 매번 성과가 좋을 순 없다. 나는 주말마다 로고를 디자인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시간을 쓴다. 확률적으로 7번의 시안을 제출하면 1번이 채택된다. 어떤 달은 2~3개가 와르르 채택되는 날도 있고, 어떤 때에는 석 달 동안 하나도 채택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시계열을 1년으로 보기로 했고, 통계적으로 7개의 시안 중에 1개는 채택되는 꼴이다. 나는 이 확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확률을 생각하면 당장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롱런할 수 있다.
끝.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배의 존재이유는 항구에 안전히 정박해 있는게 아니라고.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해 있는 것도 싫지만, 풍랑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몇 번이고 침몰할 위기를 견디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원래 뱃멀미가 심한 편이었는데,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고나서는 45도로 기우는 통통배 위에서도 조금 어지러운 정도의 내성이 생겼다. 견디면 무뎌질까. 배가 뒤집혀도 기어코 물 밖으로 기어나오는 생명력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