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부언니 Jan 25. 2024

서비스 취소가 번거롭다는 고객 VOC가 늘고 있어요

어떤 액션이 필요할까요?



좋은 프러덕트 디자이너라면


좋은 프러덕트 디자이너는 현상 뒤에 숨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저도 이게 잘 안돼요. 당장 눈앞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루션을 내야만 할 것 같고, 지표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거든요.


MVP모델을 런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부에서 '서비스 취소가 번거롭다는 고객 VOC가 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고객은 취소가 번거롭기 때문에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었고, 당시 환불 프로세스를 사람이 일일이 수동으로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내부 운영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고객이 서비스를 간편하게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야 옳은 걸까요?




우리 고객이
왜 취소하는지 알고 있나요?


저도 처음에는 고객이 손쉽게 서비스를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서 고객편의를 높이고 우리의 운영 리소스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헤드는 이 이야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문제는 '고객의 서비스 취소가 불편하다'가 아니라, '고객은 왜 취소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더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살펴보니 고객 취소 중에는 꼭 필요한 취소와 우리가 좀 더 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취소가 섞여있었어요. 후자는 우리가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케이스였어요. 이 취소를 줄이게 되면 전체 VOC의 상당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고,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는 운영 리소스도 줄일 수 있었어요.




우리는 어떤 케이스에

집중해야 했을까요?


서비스 개선으로 방지할 수 있는 고객 취소 케이스는 아래와 같았어요.

1.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
> 상대방이랑 대화가 안돼요. 진행을 원하지 않아요. 취소해주세요.

2. 프로세스 안내 부족에 따른 고객 이탈
> 그 날짜에 진짜 방문할 줄 몰랐어요. 취소해주세요.

3. 고객에게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 매칭된 서비스 제공자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요. 취소해주세요.


이 외에 '이사 날짜가 바뀌었어요', '다른 채널에서 이미 계약했어요' 등 다양한 취소 케이스가 있었지만, 빠르게 개선하여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세 가지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우리는 세 가지 문제 중에 우선순위를 매겨서 차례대로 개선해 나갔어요. 사실 고객 취소 기능은 이미 디자인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두기로 했어요. 서비스를 개선하여 줄일 수 있는 취소 케이스를 발견한 상황에선 적확한 솔루션이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진행 보류된 '매칭 취소 UI' 와이어프레임 일부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문제>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

<개선>
시스템 측면에서는 발송되고 있는 메시지 및 알람 시스템을 정비하고, 사용성 측면에서는 양자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채팅 및 약속 잡기 UX 개선

개선화면 일부

<문제>
프로세스 안내 부족에 따른 고객 이탈

<개선>
서비스 예약 단계에서 전체 프로세스 및 다음 단계에 대한 안내 정보 강화, 유저가 스스로 선택한 데이터를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UI 개선

개선화면 일부

<문제>

고객에게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개선>

공급 측면에서는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자 풀을 늘리고, 서비스 제공자 교육 강화하며 사용성 측면에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자 정보가 가시성 있게 표시되도록 UI 개선



고객의 VOC만 듣고 '취소 기능 만들어야지'했던 과거의 내가 많이 부끄러웠어요. 그때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좋은 프러덕트 디자이너는 현상 뒤에 숨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의 헤드의 말이 아니었더라면, 잡을 수 있는 물고기마저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도록 두는 꼴이 되었을 테니까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복이에요.




끝.


                    

매거진의 이전글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한 UX, 잘못을 되돌릴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