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여름이 가고 실려 오는 바람에는
숨 막히는 여름이 가고 실려오는 바람 냄새에는 시린 것 같기도 하고 비린 것 같기도 한 냄새가 났다.
뜨겁게 익은 머리를 식히기에 충분한 그 향기가 가을(어쩌면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미 깎여진 조각을 모아서 퍼즐을 맞추는 것과 직접 조각을 깎아 퍼즐을 쌓는 일은 각기 다른 재미를 준다. 글을 쓰는 일이 직접 조각을 깎아 퍼즐을 쌓는 일이라면, 독서일기나 서평을 쓰는 일은 이미 깎여진 조각을 모아서 퍼즐을 맞추는 일과 비슷하다.
독서일기(혹은 서평)는 아직 글을 읽지 않은 잠재적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소개해주는 목적으로 작성되거나, 책에 대한 간략한 홍보나 비독자들의 궁금증 해소용으로 많이 읽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들 사이에서 네트워크의 개념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다른 이가 들려주는 의견이 귀한 것이다.
내가 쓴 글이 어떤 방식으로 읽히고, 어떤 내용으로 해석되는지 다른 이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신 외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필요한데, 이건 혼자서 해내기에는 다소 벅찬감이 있는 것이다.
독서일기(혹은 서평)를 쓴다는 것에 큰 매력이 있는데, 바로 에디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권을 나의 관점으로 소화시키고 나의 이야기를 더해 작가와 비슷한 목소리(혹은 반대의 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책의 내용을 꼭꼭 씹어먹어 가며, 한 권, 두 권 소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냥 책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냥 머릿속에서 내용을 짜내는 것과 달리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가지고 에디팅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미 깎여진 조각으로 퍼즐을 맞추는 일은, 그 조각이 내 손으로 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물 또한 예측할 수 없다. 내 손으로 쓰긴 하지만, 온전히 혼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결과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에디팅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써보려구요. 독서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