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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언니 Dec 11. 2019

오빠는 항상 그런 식이야.

성격유형검사로 알아보는 우리


오빠는 항상 그런 식일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생겨 먹었듯 그 또한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이해한다는 멋진 말이 있다. 우리는 '이해한다'는 말을 통해 이성적으로 이해(understand)하는 것에서 나아가, 필요하다면 감성적으로 공감(empathize)한다는 의미까지 아울러 전할 수 있다.




사랑하면 닮는다거나, 닮은 사람끼리는 잘 산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의 행동을 관찰한다. 그렇게 표정이며 말투며 몸짓이 서로에게 베어나기 때문에 닮아가는 것처럼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수반한다. (많은 것도 아니지만)경험상, 성격은 정반대이며 취향은 비슷한 경우가 오랜 시간 함께하기에 좋다. 서로의 다른 부분이 부족한 부분과 넘치는 부분 간의 밸런스를 잡아주며, 서로가 비슷한 경험을 두고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행운이기 때문이다.


정반대의 성격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그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꼭 도로 위의 하얀 표시선 안쪽으로 걸으려 한다. 건널목의 끝에 다다르기도 훨씬 전에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횡단보도를 벗어나려는 나와는 정 반대로 말이다. 그뿐인가, 길을 걷다가 입에 뭐라도 넣을라치면 그 사람은 꼭 제자리에 서서 받아먹는다. 걷기와 먹기를 동시에 시전 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루는 둘이 함께 MBTI 상담을 받으러 간 일이 있었다. 검사를 받고 나올 때조차 우리의 행동은 사소하게 달랐는데, MBTI검사지를 받아 반으로 접어 가방에 넣는 나와 달리, 가방이 없던 그는 검사지가 구겨질세라 곧게 편 상태로 손에 쥐고 찬바람 부는 가을밤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런데 또 학창 시절엔 왼손으로 밥을 먹으며, 동시에 오른손으론 숙제를 했다고 하는 그를 보니, 이해(혹은 연구)해봄직 한 것이다. 그와 나. 그리고 우리의 관계에 관해서.


띠별 궁합이라던가 별자리 혹은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대 점성술사들이 미래를 예측하려 했던 이유가 단지 앞날을 내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가 올 역경을 미리 알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실은 제 코가 석자라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부족한 이 시국에 나와 성향이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해 이해(혹은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확신은 없지만, 검사 결과 우리의 유형은 ISFP와 INTP였다.

[각 유형을 비교하여 결과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친구, 연인, 동료, 가족 등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보는 것을 추천]


예전에 타로를 한 번 본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칼을 잔뜩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칼끝이 향한 곳엔 내 남자친구가 있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번 생에 있어서 내 성격을 받아 줄 사람은 지금의 남자친구가 마지막이자 유일하다는 생각이다. 성격이 급하고 감정적인데다가 모든 일의 결론을 일찌감치 보아야 하는 나(ISFP)와는 정 반대로 남자친구(INTP)는 매사에 신중하고 이성적이며 정말 결론이 나야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역시 예상했던 범주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밖으로 보이는 생활양식은 같지만(ISFP/INTP) 심리기능은 정 반대(ISFP/INTP)였다. ISFP인 남자친구가 INTP인 나를 굉장히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러한 정 반대의 유형은 우리가 다툴 때 더욱 두드러졌다. 초단위로 문자를 보내 남자친구를 들들 볶는 나와 달리, 그는 생각이 정리되면 내게 전화(목소리를 들으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다며, 문자보다는 전화를 선호했다.)를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한 나와는 달리 그는 겉으로는(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듯 보였으며, 툭하면 홀로 해외 도피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는 나를 눌러주는 역할 또한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처럼 심리기능이 정 반대의 양상을 보이는데 반하여 우리는 생활양식(기호를 포함한)이 유사했기 때문에 글의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정반대의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니편내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서로의 유형이 어떠한지 보다는 각자의 부족한 점을 서로에게 비추어보며 갈등의 횟수를 줄여가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는 냄비가 끓기도 전에 젓가락으로 내용물을 휘적이거나, 이제 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삼겹살을 뒤집는 일을 줄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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