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과 영화

입에 박하사탕을 물고 마시는 라떼같이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돌리 앨더튼, 월북 아니고 윌북

by 두부언니





책의 제목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보고 처음엔 섣부른 판단을 할 뻔했다. 연인 간의 심리나 사랑이야기를 다룬 에세이가 아닐까, 하고 넘겨짚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사랑은 초콜릿 쿠키를 구워 먹으며, 밤새도록 (그동안 함께 쟁여두었던)다큐멘터리 DVD를 보며 수다를 떨고, 새벽에 우발적으로 편도행 택시비만 들고 주(州)를 횡단하더라도 그녀를 구출하러 오는 것이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모임에 초대하여 각자의 자리를 곤고히 하는 사람들과의 시간 같은 것이었다. 어깨를 포개고 몸을 기댄 채 나누는 온기 같은 것 말이다.


그녀가 20대를 지나고 30대를 넘어감에 따라, 그녀의 사람들과 환경은 변화했다. 그녀 역시 이토록 소중한 사람과 시간들을 지키기 위하여, 무던히도 불쾌한 사람들을 끊어내고 소중한 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책에서 그녀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서로 나눈 사랑이 그대로라고 해도 그 모습과 색조, 우정의 패턴과 친밀함은 끝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조금씩 변화함에 따라 나누게되는 사랑의 빛깔과 온도 역시 바뀌는 듯 보이지만, 서로를 따뜻하게 품은 마음만은 그 변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시구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함께 서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를 보아주는 날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맞잡은 손을 세게 두 번 움켜 쥐어(극중에서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가 불안해 할 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지한다는 의미로 보이는 행동)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종종 라떼를 마시러 가는 홍대입구역 근처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알록달록한 색상의 시리얼과 사탕이 함께 나온다. 며칠 전에는 라떼를 주문했더니 흰색과 빨간색 줄무늬가 간 박하맛 막대사탕이 함께 나왔다.


박하사탕은 맵다. 입에 처음 넣은 잠깐은 괜찮은 것 같다가도, 이내 시간이 지나면 그 매운맛이 점점 거슬린다. 그뿐인가, 사탕을 깨물어서 먹어 치워버리려고 하면 이게 또 이에 그렇게 들러붙는다. 그렇게 알록달록한 시리얼과 함께 나온 박하맛 막대사탕을 씹어 넘기다가 라떼(정확한 메뉴의 이름은 로즈마리 라떼)를 한 모금 마셨는데, 라떼의 쌉싸름한 맛이 박하의 매운맛과 만나서 맛이 오묘했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박하의 매운맛이 씻겨 나가는 것이었다. 치아 사이에 들러붙은 끈적한 기운이 사라지는 것은 덤이었다.


견디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인내심을 기를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지만, 때로는 그것들을 개운하게 씻어내 줄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혹여 개운하게 씻어버리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입에 박하사탕을 물고 마시는 라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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