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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네가 있어.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돌리 앨더튼, 윌북

by 두부언니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돌리 앨더튼, 월북

나에게는 네가 있어.


서평의 마감 제출일을 넘긴 지금에서 고백할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나는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제대로 깊이 있게 읽지 않았다. 제대로 정독하고 보니,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단 스스로의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돌리 앨더튼은 연인 간의 사랑이야기에서 출발해 친구와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결국에는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며 이야기한다. '나에게는 네가 있어.'라고. 어쩐지 어정쩡하게 맺어버린 이전 글이 아쉬워 몇 자 더 정리해보기로 했다.





거북한 대화가 오가면
작은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온전히 내 모습을 지켜낸 후
딸려 오는 차분함을 소중히 여겼다.


예전에 『계간홀로』라는 잡지에서 읽었던 글귀가 떠올랐다. '불쾌한 농담에 웃지 않고, 당신은 틀렸습니다.와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를 힘주어 말한다.'는 편집장의 글은 아직도 당혹스러운 일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안구 저 너머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다툼을 피하는 방편으로 침묵을 택했다. 나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단 앞으로의 관계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문제를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다면 납득되지 않는 이야기도 납득한 것처럼 보이려 용을 썼다. 물론 누구도 나에게 그러라고 시킨 적은 없었고, 그런 나의 행동이 썩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다. 덧붙이자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단 한 사람은 나의 이런 이야기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외간 곳에서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와선 단 한 사람, 내 남자 친구 앞에서는 해야 할 말을 차고도 넘치게 풀어냈으니 항상 미안할 따름이다. 20대를 지나고 30대를 앞둔 지금 드는 생각은 앞으로 이 두 얼굴 간의 간극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하느냐가 30대를 지남에 있어 중요한 요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나 돌리가 심리상담과 함께 병행한 나름의 치료방식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점차 마음을 치유해가던 돌리는 마음으로 광합성을 하는 것 같다.며 온 집안을 식물로 장식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양지와 음지에 놓는 식물에 대해 공부한 다음 아파트를 화분으로 채우기 시작하는데, 스킨답서스를 선반 아래로 늘어뜨리고, 보스턴고사리를 냉장고 위에 올려놓았으며, 몬스테라를 침실에 놓고도 모자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필로덴드론을 침대 머리맡 위에 걸어 밤이면 하트 모양의 이파리 끝에 차갑고 기괴한 물방울이 매달려 있다가, 그녀의 머리 위로 똑 떨어지게 두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마치 중국식 물고문 같다고 이야기하자 그녀는 아래와 같은 말로 응수한다.


이런 걸 일액 현상이라고 하는데, 식물이 밤새 필요 없는 수분을 내보내는 과정으로, 근압을 높여 모든 걸 제거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한다고 한다. 나는 친구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나와 필로덴드론이 합심하는 거라고 했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작스레 스쿼트를 하게 되면, 엉덩이며 허벅지며 알이 잔뜩 배기게 마련이다. 근육이 자라기 위해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 고통이랬다. 어쨌든 고통을 겪고 나면 성장한다. 어떤 열대어는 생존의 위기(수조의 물이 더럽다거나, 먹이가 떨어지는 시간이 불규칙해진다거나)를 느끼게 되면 번식력이 늘어난다고 한다.


대체로 우리는 예외 없이 30대를 맞이 하기 전에 마음의 성장통을 겪는 것 같다. 물론 40대를 맞이하고 50대를 맞이해도 계속해서 마음이야 성장하겠지만, 성장에 따르는 고통의 면역력이 비교적 부족한 20대가 상대적으로 더 아프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30대를 맞이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모쪼록 내가 정의할 수 있는 사랑의 범주가 조금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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