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과 영화

보편적이지 않은 권리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스칼릿 커티스 외 지음, 윌북

by 두부언니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은 편향된 독서 습관을 고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자발적으로 찾아서 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평소 의견을 이야기할 때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 싱어송 라이터이자 배우인 앨리슨 수돌이 이야기한 아래의 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일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제부터 하려는 말은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내 목을 걸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을 서슴없이 털어놓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페미니스트다운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종종 의견을 굽히는 내 성향이 '여성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페미니즘은 성별의 이슈에서 출발한 사상이지만,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단 성별에 국한된 분쟁을 해결하는 것만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다양하다.


어쩌면 나는 용기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뒤에 숨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을 편하게 누리고만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맛이 썼다. 책에 글을 수록한 50여인의 여성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런 그녀들의 글을 관통하는 큰 메시지는 감추지 말고 드러내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어느 특정 성별에 국한 지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드러내기 위해선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닌 이유는 스스로에 대해 그만큼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언젠가 만나게 될 내 아이(남자아이던 여자아이던)가 분홍을 싫어하는데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 분홍을 고른다(거나 혹은 고르지 않거나)던지. 바지가 입고 싶을 때 옷장 안에 치마만 걸려 있는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자로 살아가면서 불편한 점이 더러 있었지만, 대체로 그런 점들이 큰 이슈가 되지 않는 생활을 해왔다. 적어도 나에게 성별이란 1이냐 2이냐 하는 순서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A냐 B냐 하는 서로 다름의 문제였고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인권이라는 말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이 책의 원제인 『Feminists Don't Wear Pink and other lies』를 국내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로 번역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서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도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은 페미니즘은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사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전투 교과목이 아니다. 필자는 이미 익히 알려진 다양한 사건들로 인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약간의 경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페미니즘은 무언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에 걸쳐 페미니즘이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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