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윌북 출판사
우리 모두에겐
돌보지 못한 정원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겐 돌보지 못한 정원이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가 정원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게 될 때면 정원의 꽃과 나무들은 시들어버리거나 의도치 않은 잡초들이 허리까지 무성히 자라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도 정원의 꽃과 나무는 자라고 나비와 새들은 찾아올 거예요. 어쨌든 손을 놓지만 않는다면 정원은 분명 우리에게 기쁨을 되돌려 줍니다.
메리는 정원을 깔끔하게 다듬으려 하지 않는다. 조금은 헝클어진 모습으로, 때로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가지가 늘어져 있고, 넝쿨이 우거진 그런 정원이다
'보살핌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식물의 뜻을 거스르지는 않는 그런 정원'으로 가꾸기 위해 저 또한 노력 중인 것 같습니다. 일이 되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던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던 말이에요. 메리와 디콘은 정원을 깔끔하게 다듬을 생각이 애당초 없습니다. 덩굴들이 하늘 위로 뻗고 발 밑에는 키가 작은 꽃들이 마음껏 흐드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정원을 지켜냅니다. 정원의 흙바닥에 작은 새싹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가지와 덩굴 틈새로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줍니다.
저도 하루에 한 번은 꼭 화분을 살핍니다. 아침에 정신이 없다면 점심시간에라도 환기를 시키며 화분 곁을 기웃거리고요. 정오를 넘겼다면, 퇴근하기 직후에라도 꼭 사무실에 있는 화분들을 살펴봅니다. 아마 여름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화분을 집에도 여럿 들여놓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사무실이기 때문에 그곳의 화분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식물을 돌보는 일은 우리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줍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 '역시 버리지 않길 잘했어.'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요. 말라버린 가지가 아닌 흙 속에서 새로운 새싹이 피어오르는 뜻밖의 기쁨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이죠.
『비밀의 화원』은 무턱대고 위로하지 않습니다. 메리 아가씨와 친구들은 대립하다가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또 한 걸음 다가서기를 반복합니다. 반대는 거부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반대된다는 것은 찬성하는 사람들이 찾지 못했던 이유를 반대자가 찾았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지 적대감을 갖거나 대립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리는 그렇게 울새와 벤 영감, 그리고 마사와 디콘, 콜린과 함께 구르고 부딪히며 성장합니다.
잠시 후 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메리는 정원의 커다란 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리자, 깜짝 놀라며 아쉬워했다.
"가봐야 해." 메리는 기가 푹 죽어 말했다. "너도 가야 하지, 그렇지?"
디콘이 빙그레 웃었다. "제 점심은 가지구 다니기 쉬워요."
"이렇게 녹색이 돌구 수액이 나오면 쌩쌩한 거여요." 디콘이 알려주었다. "속이 말랐구 쉽게 부러지면 이미 죽은 거구요. 제가 잘라낸 얘처럼요. 여기 커다란 뿌릴 보세요. 여기서 새로 가지들이 자랐잖아요. 늙은 나무들을 다 베어 내구 주위 땅을 잘 갈아주구 보살펴주면." 디콘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머리 위로 축 늘어지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는 덩굴을 보았다. "이번 여름에 여긴 장미 분수가 될 거여요."
『비밀의 화원』은 상냥합니다. 그래서인지 틈만 나면 악질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책을 쥐고 있으면 머리 위로 장미 분수가 흐드러지고 코 끝에 작약 향기가 스치는 듯하며, 잔디가 바람에 눕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다면 병원에 가야 하려나) 같습니다. 그만큼 읽는 것 자체만으로 치유를 선물해주는 책인 것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에, 과장을 조금 보탰습니다. 아무튼 메리 아가씨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흙 속 숨 쉴 구멍이 마련되고 회색으로 말라비틀어졌던 가지 속 초록이 움트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몸은 콘크리트로 둘러 쌓인 삶을 살도록 설계되지 않았을뿐더러, 우리가 흙을 밟지 않고 살아온 역사는 흙을 밟으며 살았던 역사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짧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