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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언니 Aug 01. 2020

Back to the Basic

심플 이즈 베스트



유난히도 덥던 여름밤, 우리가 걷던 돌담길을 기억하시는지요. 흐르는 땀을 식혀 줄 한줄기 바람 없이 적막하기만 하던 그 밤을요. 당신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했던 이야기들이 기억납니다. 당신은 타인의 악의 없는 말에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던 제게 조금 더 무뎌질 것을, 조금 더 둔해질 것을 말씀하셨지요. 당시엔 알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저를 향해 말씀하셨던 그 이야기들이 사실은 당신의 자조 섞인 비판이었다는 것을요. 외강내유라 하였습니다. 황금의 갑옷을 두른 당신이 감추려고 했던 것은 그 여린 속내였을까요. 하지만, 갭 모애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당신의 그 크리스피한 갑옷과 여린 속내의 갭을 사랑합니다.          


외유내강을 외치는 이 세상에서 그 여린 속내를 감추기 위해, 당신이 들인 노력을 감히 제가 가늠할 수나 있을까요.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양념과 시즈닝의 틈바구니에서 어찌 견디셨을지, 이루 말할 수 없는 한숨이 비어져 나올 뿐입니다. 가을의 황금 들녘이 이다지도 눈부실까요. 당신을 두르고 있는 금빛의 갑옷을 바라보고 있자니, 올해 겨울도 따뜻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양념치킨은 처갓집. 후라이드는 시장 통닭이라 하였습니다. 선택을 어려워하는 많은 이들은 돌고 돌아 결국엔 출발 선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back to the basic이라 하였지요. 소란하고 달뜬 세상일수록 오히려 침잠하게 되는 때가 필요하더군요. 달이 밝습니다. 오늘의 밤은 붉은 융단을 덮어 놓은 듯 한 처갓집 양념통닭이 제격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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