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줄어든 어느날...
사춘기 딸과의 소통은 매일이 연습이고, 기다림의 연속이다. 예전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종알종알 하루 이야기를 들려주던 딸이 이제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시간이 많아졌다. “잘 다녀왔어?”라는 인사에도 고개만 까딱,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처음엔 섭섭하고 속상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왜 이렇게 말이 없을까?’ 스스로를 탓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딸은 지금 ‘엄마와의 거리 두기’를 배우는 중이었다.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감정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말이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한 발 물러나 딸아이의 리듬에 맞추려 한다. 조언보다는 공감, 훈육보다는 기다림. 말 한마디보다 함께 있어주는 시간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배운다.
말이 없어도 딸은 여전히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 때로는 무심한 듯 건넨 간식 하나에 고맙다고 웃어주고, 짧은 눈맞춤 하나로 마음이 닿을 때도 있다. 대화는 줄었지만, 관계는 계속 자라고 있다.
사춘기 딸과의 소통은 자물쇠를 푸는 일처럼 조심스럽고 인내가 필요하지만, 기다림 속에서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린다. 완벽한 대화보다 중요한 건 곁에 있다는 믿음, 그리고 묵묵히 전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