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거리를 두는 법

by 이츠미

학교 등하원을 함께 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는 때로는 위안이 되지만, 때로는 조심스러운 줄타기처럼 느껴진다.


처음엔 아이 친구 엄마라는 이유로 금세 가까워지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 서로의 거리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나누고, 어디서 멈춰야 할지 고민스러운 순간들이 많다.


‘같이 커피 마시고 싶다’는 말이 진심일까? 아니면 예의일까? 지나가는 말에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이 들뜨거나 무거워지는 내 모습이 낯설다. 어느새 나도 상대의 눈치를 보고, 나의 말 한마디에 누군가가 불편해하지 않았을까 밤에 곱씹는다.


40대가 되니 관계도 쉽지 않다. 어린 시절 친구처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모두의 삶이 너무 바쁘고, 경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찾는다. 소속감이 주는 안도감, 가볍게 나눈 일상의 공감 속에서 느끼는 위로.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굳이 모든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억지웃음보다는 진심 어린 인사 한마디, 짧아도 따뜻한 말이 더 소중하다고. 가까워질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서로의 거리를 존중해 주는 것도 성숙한 관계라고 믿는다.


이제는 관계에 얽매이기보다, 내 마음을 지키며 웃는 연습을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어울리기보다, 나다운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오늘도 아이를 기다리며, 천천히, 그러나 진심으로 사람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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