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와 부딪히는 것 같다.
사춘기가 시작됐구나, 느낀 건 중학교 1학년 여름쯤이었다.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항상 웃던 얼굴에는 어느 순간 무표정이 자리 잡았다.
그래도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사춘기’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등은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자주 찾아왔다.
부모로서 아이를 생각해 건네는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잔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도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는 이유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나 역시 감정이 올라왔다.
“엄마 나 이제 중학생이야. 어린아이 아니야.
불쑥불쑥 방에 들어오는 건 사생활 침해야.
내 의견도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아이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은 부모라는 걸 알기에, 더 잘해보려 애쓰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 속상했다.
사춘기를 현명하게 지나가고 싶었지만, 막상 그 앞에서는 나의 감정도 쉽게 흔들렸다.
그해 가을, 유난히 많이 부딪히고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사춘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여전히 말수는 적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씩 꺼내준다.
나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주면, 이 시기도 지나간다고들 하니까.
아이를 생각한다는 이유로 쏟아내던 말들도 조금은 줄여보려 한다.
오늘 아침이었다.
감기에 걸려 약을 먹어야 하니 뭐라도 먹고 가야 할 것 같아 사과와 유부초밥을 챙겨줬다.
예전 같으면 잘 먹던 아침인데, 오늘은 사과 하나만 먹었다.
“밥을 먹어야 약 먹을 때 속 안 쓰려.”
한마디 건넸을 뿐인데, 아이는 짜증 섞인 얼굴로 학교에 가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도, 마음이 괜히 무거워졌다.
사춘기라는 시간 속에서
아이도, 나도, 서툰 채로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참 어렵다.
그래도 오늘은,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