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의 숲 Letter
안녕하세요. 공백의 숲입니다.
8월 초에 편지를 적고 있는 저희는 연일 40도 가까이 되는 기온이 계속되는 여름의 절정을 지나고 있습니다. 거기 8월 말은 안녕하신가요?
저희는 7월 여름 호를 준비하면서 여름을 한껏 만끽한 것만 같습니다. 이제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름을 떠나보낼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여름을 떠나보내며 지난여름들을 되돌아봅니다.
여름은 뭐든지 끓어오르기 쉬운 계절인 것 같아요. 동공이 확장되고 맥박은 빨라지고 상기된 뺨은 뜨겁습니다. 활개 치는 생기에 마음도 가만히 놔둘 수가 없어요. 넘치는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나눠주고만 싶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마음이 다 타버리지 않게, 찬 바람에 식지 않게, 적당한 온기를 유지하고 있을게요. 우리 계속 따뜻하게 마음을 나눠요.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쭉 따뜻하게.
마음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최근 넷플릭스에 있는 <헤드스페이스>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영상의 안내에 따라 눈을 감고 무언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깊은숨을 쉬며 명상을 한다.
며칠 전에도 평소처럼 영상을 틀어놓고 명상을 했는데 영상 속 음성이 “행복하길 원하는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세요. 숨을 내뱉을 때마다 긍정적인 감정들이 그들에게 날아갑니다.”라고 지시했다. 처음엔 별 감흥 없이 기계적으로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한 명, 두 명, 세 명, 열 명, 스무 명··· 너무 많은 사람이 떠올랐다.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들과 애인, 사촌들, 우연으로 만나 인연이 된 사람들 등등의 아끼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이 떠올라서 놀랐고, 그다음엔 내 숨이 너무 작아서 그 많은 이들에게 닿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폐가 아프도록 공기를 최대한 들이마셨다. 정말로 이 공기들이 그들에게 행복이나 또 다른 긍정적인 감정들로 바뀌어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숨을 쉬었다. 그리고 마침내 폐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오랫동안 잠수를 하다가 물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푸하’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내쉬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폐가 아파서인지 그들이 보고 싶어서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폐가 조금 더 커졌으면, 폐활량이 더 좋아졌으면, 이런 나의 작은 숨이라도 그들에게 닿아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했다.
며칠 전에 애인으로부터 무지개 사진을 받았다. 그날은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온종일 울적한 날이었었다. 그런 내 기분을 알고 있던 애인은 “지금 밖에 쌍무지개 떴어! 이거 보고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쌍무지개가 찍힌 사진 두 장을 보내왔다.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작년에 친구에게 받은 노을 진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뜬 무지개 사진도 떠올랐다. 작년에도 친구가 “지금 밖에 무지개가 떴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 찍어 보내.”라며 무지개 사진을 보내주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SNS에 하늘 사진이 유독 많이 올라왔었다. 요즘엔 무지개도 자주 떠서 무지개 사진도 여러 장 올라온다. 같은 날,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찍힌, 여러 사람의 하늘 사진을 보는 일은 꽤 즐겁다. 그 사진 너머에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하늘을 기꺼이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영화 <벌새>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영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말로 우린 그럴 것이다. 살면서 때론 나쁜 일을 마주하며 괴롭다가도 누군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하늘을 볼 때면 다시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추신에는 저희가 매달 좋아하던 노래나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소개합니다. 여덟 번째 추신은 영화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벌새(2018)
2021년 8월 20일 공백의 숲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