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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백의 숲 Aug 02. 2021

숲에서 보내는 편지 1월 호

공백의 숲 Letter



1월의 안부


안녕하세요. 공백의 숲입니다.


 작년 말 공백의 숲 <Season 1: Love & Peace>를 마무리하고, 2021년 새해부터는 <Season 2: 숲에서 보내는 편지>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숲에서 보내는 편지는 매달 20일, 온라인에서 저희의 시선과 이야기들을 담은 레터를 발간하는 프로젝트로, 2021년 한 해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저희는 편지 쓰는 걸 좋아해요. 아니, 편지가 가진 힘을 좋아한다고 할까요? 편지를 쓰는 일이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 마음을 나눈 사람마저 따뜻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편지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을 차곡차곡 눌러 담아 보내는 과정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그래서 저희는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 편지를 누가 받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희는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에 담기로 했어요. 우리의 시선으로 담은 장면들이,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적은 문장들이 누군가의 삶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 잡는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숲에서 보내는 편지에는 씨앗이 담겨있어요. 공백의 숲이 뿌린 씨앗이 황량한 마음에 심어져 울창한 숲을 이루기를, 이미 숲을 이룬 마음은 더욱 생기가 넘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랍니다.


1월의 생각


컵 (Cup)

1. 물이나 음료 따위를 따라 마시려고 만든 그릇

2.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음료 따위를 '1'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

3. 운동 경기에서 상으로 주는 큰 잔

4. 브래지어에서, 양 젖가슴이 닿는 부분에 대는 반구형의 물건


 나는 컵을 모으는 걸 좋아한다. 귀여운 컵을 보면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쓰지 않는 컵들이 찬장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니다. 기분에 따라 혹은 마시는 것에 따라 컵을 고른다. 그 일이 나에겐 하나의 취미이다.


 왜 컵을 모으냐고 묻는다면 동글동글한 귀여운 모양새가 마음에 들기도 하고 컵의 모양새, 색깔, 크기 등이 정말 다양하기에 내 취향을 반영하기도 쉬우면서도 명확한 쓸모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취향의 것들로 내 주변을 채워나가는 일이 좋고, 그 일에 컵도 한몫을 하는 셈이다. 내 취향의 것들을 모으면서 나를 채워나가는 것, 그 과정에서 몰랐던 취향까지도 찾아나가는 것을 즐긴다.


 나에게 컵이란 단순히 물이나 음료 따위를 따라 마시려고 만든 그릇보단 나를, 혹은 나의 취향을 반영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지구 여행

 

 나는 여행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낯선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길치여서 그럴 수도, MBTI의 첫자리가 I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떻든 최대한 낯선 것을 피하며 산다. 난 이런 사람이기에 여행을 하며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낯선 문화 속에서 적응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처음엔 여행가였다. 나뿐만 아닌 우리 모두가 태어났을 땐 지구에 처음 방문한 여행가였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 낯선 문화로 가득한 지구라는 낯선 곳에 온 사람들이었다. 어떤 계획도 없이, 말도 안 통하고, 행동의 제약이 있는 낯선 곳에 온 사람들이었다.


 이 낯선 곳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에 따라 누구는 여행지에서 의식주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누구는 그렇지 못했다. 누구는 사랑받았고, 누구는 그렇지 못했다. 어떤 아이는 사랑받았고, 어떤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기에 어떤 아이는 자랐고, 어떤 아이는 자라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아이는 모든 부모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었다. 그럼에도 어떤 부모는 자라지 못했다. 그런 부모의 아이는 여행에 적응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쉽지 않을 것이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아야 마땅하다. 사랑받는 것에 어색한 아이 없이, 모든 아이들이 사랑받는 게 자연스러웠으면 한다. 그렇게 모든 아이와 부모가 자라는 여행이 되기를, 모든 아이들의 지구 여행이 행복하길 기도한다.


P.S.

추신에는 저희가 매달 좋아하던 노래나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추신은 노래입니다.


나의 일기장 안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이길 바라요


밤편지 - 아이유



2021년 1월 20일 공백의 숲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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