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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백의 숲 Aug 02. 2021

숲에서 보내는 편지 2월 호

공백의 숲 Letter

2월의 안부

 

안녕하세요. 공백의 숲입니다.


 어느새 한 해의 첫 달이 지나고 두 번째 달을 지나가고 있네요. 2021년은 잘 적응해가고 있으신가요? 저희는 지난 한 달간 새로운 편지를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편지를 어떻게 다듬을지,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하고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언제 한 번은 꾸준히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부지런한 한 친구에게 보낼 편지에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어요. 너는 어딘가에 고여 있지 않고 힘차게 흐르는 물 같다고.


 저희도 흐르는 물이 되고 싶어요. 아주 빠른 물은 아닐지라도, 천천히 경치를 구경하며 흘러가는 그런 물이요. 어디로든 흐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바다에 도착하지 않을까요? 고여 있지 않다면 결국엔 바다로 가요.

숲에서 보내는 편지 2월 호는 어디론가 계속 흐르는 저희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보여드릴 것이 더 많아요. 우리 같이 흘러 강으로 가요. 바다로 가요.


 저번 1월 호 편지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이번 2월 호 편지는 어디서 보고 계신지, 어떠실지 참 많은 부분이 궁금하네요. 만약 편지를 보시고 답장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SNS 메시지나 메일, 댓글 등 여러 방식으로 보내주세요. 편지에 대한 여러분의 감상은 언제나, 어느 방식으로나 좋습니다. 답장을 보내지 않으셔도 이 편지가 여러분의 마음에 여러 방식으로 간직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번 달도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위해 숲의 구석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도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로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평온하시길 바라요 :)


2월의 생각


파도(Wave, Roller, Breaker, Billow)

1. 바다에 이는 물결

2. 맹렬한 기세로 일어난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강렬한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각자의 마음에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감정이 파도처럼 서서히 올라왔다가 서서히 빠져나가기도, 어마 무시한 크기로 나를 덮치기도 하고, 발등만 스치기도 한다.

 나는 얼마만큼의 파도가 칠지 예상할 수 없어 두려웠고, 한 번 젖게 되면 영영 젖어 있을까 두려워 파도가 치지 않게 묶어놨었다.

 그렇다고 바다가 잔잔한 건 아니었다. 파도는 때론 거세게 달려가고 싶었고, 때론 어딘가에 부딪혀 부서지고, 흘러가고 싶었다. 그럼에도 계속 묶어두었다. 그러다 파도를 묶어둘 힘조차 없는 힘든 날이면 모든 걸 삼킬 수 있는 아주 크고 거센 파도가 몰려왔다. 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리저리 휩쓸렸고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웠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파도를 통제할 수 있고, 잡아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다. 감정이 느껴질 때면 무슨 감정인지 찾으려 했고, 느껴보려고 했다. 그렇게 파도는 달리고 싶을 때 달려 나갔고, 원하는 곳에 부딪혀 부서지고, 또다시 흘러가고, 잔잔해지기도 했다. 내 감정을 내가 오롯이 받아들이고 느끼는 일이 자유롭게 느껴졌다. 쌓이지 않으니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는 일도 줄었다.

 내 마음과 감정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기는 마음도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도 있다. 그걸 내 의지와 통제로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예 그런 생각을 떨치진 못했다. 불안할 때면 습관처럼 파도를 쥐었다. 단지 지금은 왜 놓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에 꽉 쥔 것을 서서히 보낸다. 내 바다에 서서히 놓는다.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 갔다. 아침 일찍 서둘러 가서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바다로 가서 친구들과 수영을 하고,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을 때, 처음 보는 아이가 내 옆에 있었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기척 없이 내 옆에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내 옆에 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벼랑 위의 포뇨'에 나오는 포뇨처럼 점점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작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 허리 정도까지 왔던 아이가 허벅지, 종아리, 발목까지 내려가더니 아주 작은 민달팽이 정도의 크기까지 작아지면서 밤이 됐을 땐 내가 잡을 수도 없을 만큼 작아졌다. 그렇게 작아진 아이는 내 손을 타고 미끄러져 바다에 빠졌다. 그리곤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 참을 수 없는 허무함과 슬픔이 몰려왔다.

 그때 누군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괜찮아. 그는 다시 돌아올 거야' 누가 말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한 마디에 정말 모든 것이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어느 날 꿨던 꿈이었다.

 위에 나오는 꿈을 꿨던 날은 이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서 어떻게 하면 이 행복이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겨우 잠들었던 날이었다.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땐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계속해서 생생하게 마지막의 나에게 속삭인 말이 생각났다. '괜찮아. 다시 돌아올 거야'라는 말을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괜찮아 다시 돌아올 거야, 괜찮아 다시 돌아올 거야, 괜찮아, 괜찮아 ···

 오후가 되어서도 그 말이 잊히지 않아 핸드폰을 켜 메모장 한편에 '괜찮아 그는 다시 돌아올 거야'를 적었다. 그리곤 그 밑에 '지금 이 행복이 사라질까 불안해서 행복을 즐기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이 메모를 이후로 지금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일은 그만두었다. 알 수 없는 아이처럼 부르지 않았지만 어느새 내 옆에 있고, 잡고 싶었지만 잡히지 않은 것. 그게 행복이라면 내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만두었다.


P.S.

추신에는 저희가 매달 좋아하던 노래나 영화, 드라마, 책 등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추신은 영화입니다.


한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그는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가서 말했어.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늙은 물고기가 말했지.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가 말했네.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소울(Soul, 2020)



2021년 2월 20일 공백의 숲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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