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그만둔 나에게(1)
회사에 다니는 것은 언제나 버거웠다.
적성에도 맞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해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나는 영업사원도 아닌데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팀장님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점심시간엔 밥도 안 먹고 안마의자가 있는 골방에 처박혔다.
퇴근길에 마주칠까 봐 일부러 멀리 돌아 지하철을 타러 갔다.
남편이 근무지 변경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속초로 이사했다.
나 때문이 아닌 척, 남편을 위하는 척, 그렇게.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속초에서의 삶은 잔잔했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노는 약속은 없었지만, 일도 안 했다.
지금껏 내기만 했지 받아본 적은 없었던 실업급여를 타먹으며, 당당하게 놀았다.
실업급여 마지막 회 차가 끝나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어느 날,
문득 스타벅스를 떠올렸다.
어릴 적 즐겁게 했던 카페 알바,
나중에 바리스타가 되어볼까 꿈꾸기도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입사를 생각만 하다
‘주말에 못 쉬니까 ‘, ’ 나이가 너무 많으니까 ‘, ‘교통이 불편해서 ‘라는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로 거의 2년 넘게 미뤄만 두었다.
그러다 진짜로, 그냥 툭, 하고 지원서를 내버렸다.
집 근처는 TO가 없었는지 연락이 없었고,
멀고, 차 없으면 정말 못 다닐 곳에서 면접제안이 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래, 그냥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면접에 붙었다.
스타벅스는 서울 본사로 교육을 다녀와야 근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대기업이라 그런가.
‘본사 교육‘씩이나 받으러 가려니 진짜 대단한 곳에 입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살짝 들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검색하고 알아보면서
‘본사 교육’을 기다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참여한 교육은 예상보다 훨씬 재밌었다.
조별 활동도 즐거웠고, 분위기도 좋았다.
평소라면 낯을 가리고 말도 아꼈을 내가 조장을 맡게 되었고,
심지어 나서서 발표도 했다.
조원들도 서로 어색했을 텐데, 먼저 말을 걸어주었고,
‘스벅네컷‘을 찍으러 여고생처럼 웃으며 복도를 돌아다녔다.
이 1박 2일간은 나도, 나를 좀 다르게 볼 수 있었다.
자신 있었다.
이번엔 진짜 잘해보자.
이번엔,
조금은 괜찮은 내가 될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