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이 될 때

한 달 만에 그만둔 나에게(3)

by 김방찌

음료를 만드는 바 역할을 맡은 날이었다.

시험은 통과했고, 레시피도 달달 외웠고,

매일 온통 공부만 했는데 실전은 늘 기대와 달랐다.


손은 느렸고, 머릿속은 멍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음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수는 입이 닳도록 말했다.

"한 주문은 2-3분 안에 나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나는 또 지키지 못했다.


허둥지둥 모든 주문을 해치우고

기운이 빠져 멍하니 서있었다.

주문이 없는 틈을 타 못다 한 일을 하던 사수가

갑갑하다는 듯 이것저것 지시하더니 말했다.

"점장님이랑 할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돼요"

'땡'

그 말이 땡-하고 울렸다.

내가 그렇게 잘못하고 있나.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진심으로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손님이 많던 주말 출근일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커피콩을 보충하다가 몇 알이 밖으로 튀어나갔다.

"음료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요?"


행주를 깜박해 두 번 왔다 갔다 하고,

얼음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티백과 타이머를 꺼내는 순서가 틀리고.

소소한 실수에 대한 지적은 익숙했고,

내가 틀린 것이기에 언제나 새겨들었다.

그런데 이 날은 유난히 마음에 박혔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CCTV처럼 지켜보다가

혼낼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꼬인 생각까지 들었다.


심지어 이 날은 평소 잘하던 부재료 만드는 일까지도 버벅거렸다.

지쳤고, 출근하기 전부터 이미 자신감이 없었다.


이 역할은 결국 1년 차 어린 바리스타에게 넘어갔다.

갑자기 매장 전체에 울리는 "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점장이 그 바리스타의 업무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친구를 향해 큰소리로 지적을 한 것이었다.


그 친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시를 따랐지만, 나는 그 모습에 완전히 무너졌다.

'아, 여기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신이 됐다.




퇴사 면담을 준비하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점장은 대본을 읽듯 영혼 없는 목소리로 퇴사사유를 물었다.

대답할 의욕이 사라진 나는

준비해 온 말들을 모두 삼키고 그냥 말했다.

"그냥, 힘들어서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건넨 말은

"이거 안 하시면 이제 뭐 하시려고요?"였다.

피곤에 절어 흐릿한 눈은

'어차피 할 일도 없으면서'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일하는 동안 나는 모두를 이해하려 했다.

미숙한 내가 얼마나 답답할까.

다들 나이도 어리고,

대부분은 사회 경험도 많지 않다고 했으니까.

점장도 이번이 첫 점장이라고 했고.


그래서 더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왜,

항상 나만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 기분일까.




퇴사 결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회사에서 정해준 날짜까지만 출근하기로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마지막 며칠은 주로 단순한 업무만 맡았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괜히 서운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이걸 조금 더 못 견뎌서 그만두는구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잘만 다니는데.'


속초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오래 일해보자고,

정말 굳게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기대하던 카페 일이었는데.


결국, 또 이렇게 무너졌다.


한 달, 딱 한 달만이었다.

그동안의 기대, 노력, 애씀 모두 - all - 종료 -

그렇게 금방 끝날 줄은 몰랐다.




엄마랑 시부모님께, 또 친구들에게

이번에도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한심하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했다.


진짜, 진짜 열심히 했는데

안 되는 일도 있구나.


첫 회사에서도, 수험생이던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애써본 적은 없었다.


그 모든 게 겨우 한 달 만에

조용히 끝나버렸다.


그 끝은 늘 그렇듯,

아무도 모르게 나만 무너지는 식이었다.

수, 금 연재
이전 05화진심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