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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응켱 Dec 30. 2019

아빠의 도서 목록

변화하려는 의지만으로도 감동이랄까.


나의 부는 그의 삶 앞에 감성과 낭만을 누릴 여유가 없었던 인물이다. 유년시절부터 감성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나와 그의 불협화음이란 어쩌면 굉장히 당연한, 불가항력적인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나대로 내 삶을 쫓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겐 자연스럽게 물리적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이 생겨났다. 그나마 어떤 표준화된 딸의 모습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그것이 나름의 타당성을 얻은듯 했지만. 여태껏 살며 나도 그 거리감이란 것을 딱히 마주할 용기도 마주해야겠단 생각도 별로 없었던 시간.

삶을 쫓는단 핑계 아래 늘 내팽겨둔 감성과 낭만에게 이제는 전에 없을 사치처럼 곁을 내주며 지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삶에 이르러서야 그를 이해해보겠노라는 생각을 하는 나. 부채감을 더해야 할지 역시 체질인가 안도해야 할지 모를 일.


그렇게 나와는 적당히 뻐적지근하면서도 가끔 서로가 서로의 울화를 치밀게 만드는 관계인 그가 새해부터는 매월 서너 권의 책을 읽겠노라며 내게 구매해줬으면 하는 도서 리스트를 건네었다.


그가 건넨 도서목록을 보고 내 마음이 몽글몽글했던 이유는 그가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변해야겠다고 먹은 그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변화하려는 용기만큼은 응원해주고 싶은 게 이 또 인지상정 아닌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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