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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an 30. 2019

SKY 캐슬로 보는 부모교육 6

문제아의 기준

드라마 SKY 캐슬에는 다양한 모양의 자녀들이 등장합니다. 가짜 하버드 생 세리, 서울대 의대가 인생의 목표인 예서,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 때문에 힘들어하는 쌍둥이, 인성 좋고 공부 잘하는 우주, 그리고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 많은 수한이, 마지막으로 늘 언니에게 비교당하며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예빈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들 중 예서와 예빈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예서는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오로지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하루에 3-4시간만 자고 공부를 합니다.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해 자원봉사를 다니고, 수행평가를 합니다. 친구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은 반 학생들은 모두가 자신의 라이벌 일 뿐입니다. 


엄마는 그런 예서를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입시 코디를 붙여줍니다. 몇 십억 이라는 돈을 들여서 말입니다. 그런 지원으로 예서는 줄곧 1등급을 유지하고 급기야 전 과목 100점이라는 결과를 냅니다(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성적은 시험지 유출을 통해 이룬 결과였습니다). 무관심한 듯 한 아버지도 예서의 성적에는 예민합니다. 딸이 당연히 서울대 의대를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부 잘하는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큰 딸은 부모님의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집안의 중심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반면 막내인 예빈이는 예서와 달리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 보입니다. 학원에서 실시하는 수학 레벨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기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니에게 꼬박꼬박 대들며 시비를 걸고, 엄마의 행동에 까지 딴지를 겁니다.


그런 딸에게 엄마는 늘 잔소리를 합니다. 언니와 비교하며 공부 못하는 막내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엄마에게 예빈이는 문제 거리입니다. 반면 언니는 모범생이고, 집안의 자랑스러움입니다. 언니와 동생이 서로 싸울 때도 무조건 막내의 잘못입니다. 이유는 언니는 공부를 잘하고 동생은 공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예서와 예빈이 중 문제가 있는 쪽은 예서입니다. 예서는 공부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습니다. 캐슬 안에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예서는 ‘공부만 잘했지 인성은 꽝이고, 성격은 완전히 괴물이다’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습니다. 왕따처럼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 먹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개의치 않고 오직 공부에만 집중합니다. 혜나가 난간에 떨어져 사망했을 때도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은 것이 예서일 정도로 인성이 엉망입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도 없습니다. 자신의 엄마가 과거를 숨긴 것이 발각되어 주민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을 때도 엄마를 걱정하기는커녕 자신이 우월한 유전자가 아닌 별 볼일 없는 유전자를 물려받아 원하는 서울대 의대를 못 들어갈까 봐 엄마에게 고함치고 화를 냅니다.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야 하고, 모든 환경이 자신이 서울대 의대를 들어가기 가장 적합한 환경이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예서입니다.


그런데 예빈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리더십이 있어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합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그것을 학원 옥상에서 가져가 발로 짓밟고 버리는 것으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때도 예빈이가 주도합니다. 사회성도 좋아 대부분의 아이들 혹은 어른들과도 쉽게 친해집니다. 캐슬 내 어른들이 혜나의 아픔에 대해 외면할 때 유일하게 혜나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만큼 공감능력도 뛰어납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은 점수에 대해 실망하지 않고 받아들일 줄도 압니다.


뿐만 아니라 언니인 예서에게 무조건 서울대 의대를 가야 한다고 압박하는 할머니에게 ‘그렇게 서울대 의대가 좋으시면 할머니가 가지 그랬어요’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의 주장을 말할 용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죽은 혜나가 사실은 아빠의 딸이란 것을 알았을 때 언니인 예서처럼 자신이 놀림당할까 봐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아빠에게 직설적으로 풀어낼 정도로 통찰력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놓고 보면 문제는 예빈이가 아니라 예서입니다. 예서는 공부만 잘할 뿐이고, 예빈이는 공부만 못 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집안에서 문제아는 예빈이 입니다. 예서를 위해 예빈이는 항상 참고,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왜 공부만 잘하는 예서보다 공부만 못하는 예빈이가 더 문제아가 될까요?


이유는 둘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관점 즉 철학에 있습니다. 예서와 예빈이 엄마인 한서진은 공부를 해서 서울대를 가야만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괴롭더라도 서울대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자녀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적은 향후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것입니다. 공부만이 자녀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한서진에게 있어 성적은 자녀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됩니다. 그러니 성적이 좋은 예서는 기준안에 들어와 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예빈이는 기준밖에 있기 때문에 문제아가 되고 부모의 불안거리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사실은 예서가 더 문제임에도 공부라는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예서는 아무 문제가 없고 예빈이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인생의 철학을 ‘성실함’으로 둔다고 가정을 한다면 제가 보기에 성실한 자녀에게는 늘 지지하고, 격려하고 안심할 겁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성실하지 못하게 본 자녀에게는 잔소리와 꾸지람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는 그렇게 불성실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래? 네가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져도 성실하지 못하면 오래 다닐 수도 없을 텐데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사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성실함이라는 잣대만 가져다 대고 문제아로 규정짓는 것은 부모가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자녀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나요? 다른 자녀들에 비해 문제아로 보이시나요? 앞으로 어떻게 살지 불안하시나요? 저러다가 인생의 낙오자가 될까 봐 두려우신가요?


그런 마음들이 사실은 자녀들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성적만 가지고 보면 성적만 높은 아이가 괜찮은 자녀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공부만 못하는 자녀는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아의 기준은 부모가 스스로 바꾸어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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