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기
중학교 2학년인 둘째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여자 친구가 생기니 외모에 부쩍 신경을 많이 씁니다. 둘째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니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잘 씻고, 옷도 깨끗하게 입으려고 하고, 얼굴도 많이 밝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로 인한 갈등도 발생을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입니다. 여자 친구와 통화하고 문자 하느라 취침 시간이 12시가 넘어갑니다. 다음날 학교도 가야 하는데 12시가 넘어서까지 통화를 하니 서서히 걱정도 되고 화도 나기 시작합니다.
아빠 : 아들. 여자 친구랑 통화하는 거야?
아들 : 네에
아빠 : 학교에서 못 봐?
아들 : 보긴 하는데..... 그래도 통화하고 싶어서....
아빠 : 통화를 하는 건 좋은데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아?
아들 : 음.... 학원 갔다 오고..... 여자 친구도 학원 갔다 오고 하면 통화할 시간이 지금 밖에 없어요
아빠 : 그래도 12시 넘어서까지 통화를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통화를 10시 30분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때?
아들 : 음..... 학원 시간이 안 맞아요.
아빠 : 그런데 너 나랑 스마트폰 10시 30분까지만 하기로 약속을 했잖아
아들 : 그렇긴 하지만......
아빠 : 아빠는 네가 한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는데
아들 : 음...... 노력해 볼게요
그러나 노력한다는 아들은 다음 날도 12시가 넘어서야 통화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두 어번을 더 이야기하고 약속을 했지만 아들의 통화는 여전히 12시가 넘어갑니다. 결국 제가 스마트폰을 압수했습니다. 10시 30분까지 스마트폰을 끄지 않으면 스마트폰 1주일 사용금지라고 아들과 약속을 했기에 스마트폰을 압수한 것입니다.
그 후로 아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여자 친구와의 통화는 이어집니다. 친구에게 사용하지 않는 폰을 빌려다가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무료통화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무료 통화가 그렇게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빼앗기고 나서 아들은 아주 편하게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합니다. 친구에게 받아 온 스마트폰 도 압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압수당하니 이제는 엄마 스마트폰을 몰래 가져다가 통화를 하고, 집전화로 통화를 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아들에게 ‘너는 영원히 스마트폰 없다. 그렇게 알아!’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들이 반성을 하고 자기 잘못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고함을 질러 버린 것입니다.
2-3일 아들과 서먹서먹했습니다. 아들은 저를 보면 고개를 푹 숙이고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런 아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저 또한 서먹하기도 하고 마음도 동하지 않아 그냥 지나쳐버립니다. 그러나 결국 답답한 건 아들이 아니라 저입니다. 여전히 엄마 폰은 몰래 가져다가 통화를 합니다.
아빠 : 너는 계속해서 통화를 이렇게 하는구나
아들 : 스마트폰이 없으니까.....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어요.
아빠 : 너는 스마트폰 있을 때도 지금 시간까지 통화를 했잖아.
아들 : 그래도 그때는 오후 시간에 통화를 하니까 저녁에 안 할 수도 있고...... 조금만 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전혀 통화를 못하니까 저녁에라도 해야 되니까.... 시간이 조금 더 길어져요.
아빠 : 그러면 너 스마트폰 없애도 되겠네.
아들 : 그건...... 아니고요.......
아빠 : 스마트폰이 있으나 없으나 너는 계속해서 통화를 할 거잖아!
아들 : 음.... 사실은 아빠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아빠 : 무슨 이야기?
아들 : 그러니까..... 여자 친구가 생겼으니까... 통화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11시까지 허락해 주시면 최대한 11시까지 통화하고..... 그리고...... 통화를 좀 길게 해야 될 때는 제가 미리 아빠나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할 수 있게....... 이렇게 해 보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아빠가 갑자기 화를 내시면서 스마트폰을 빼앗아 버리니까...... 저도 화가 나고..... 내 마음을 너무 이해를 못해주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빠 눈치를 안 봐도 되니까..... 그래서......
아빠 : 아빠가 네 스마트폰을 빼앗아 가서 반성을 한 게 아니고 화나고 속상했다고? 아빠 기대와는 정말 다르구나.
아들 : 물론 제가 잘못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건 좀...... 반성도 조금 되지만 화가 더 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그냥.... 반항하고 싶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고.... 그래요.....
아빠 : 그랬구나. 아빠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 알았네. 네 이야기를 들어 보지 않고 먼저 화부터 내서 미안해.
그날 저녁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사과를 하니 아들도 사과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저의 바람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도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하고, 스스로 조절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들이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아들의 행동이 확 변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들은 여전히 여자 친구와 늦은 시간까지 통화를 하는 날들이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게 있습니다.
최소한 아들의 통화를 보며 화가 나고 짜증 나는 빈도가 줄고, 아들 또한 여자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기억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둘째의 통화가 우리 둘의 관계를 더 이상 나쁘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둘의 대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이 저를 보고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치지 않고 밝게 인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서먹함이 없어졌습니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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