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의 결과물
지난번 글에서 삼각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혹시나 바로 밑에 있는 글을 읽지 않고 이 글을 열었다면 밑에 있는 ‘삼각관계’ 글을 먼저 읽으시고 이 글을 읽으시기를 권면합니다. 그래야 이 글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모 대학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상담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일입니다. 한 명의 여학생이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상당히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찾아온 여학생은 낮은 목소리로 저에게 말을 했습니다.
내담자 : 저..... 말하기가 좀 부끄러운 건데 이런 것도 상담이 되나요?
상담자 : 본인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뭐든지 상담이 가능하니까 편안하게 이야기하세요
내담자 : 음... 사실은... 저희 엄마 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요.... 그렇다고 엄마랑 저랑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에요. 저랑 엄마랑 사이는 참 좋아요.... 진짜 좋아요..... 저도 엄마를 좋아해요.... 엄마랑 저는 비밀이 없어요. 그만큼 우리는 친해요....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상담자 : 그런데 어머니 때문에 힘들다고요?
내담자 : 네에.... 사이는 좋아요...... 그런데.... 요즘 저한테 엄마가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서 많이 힘들어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대학생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제 시간이 너무 없어요..... 이제는 엄마가 저한테 쏟아내는 말들이 듣기 싫어요..... 짜증이 나요.... 화도 나고... 나한테 왜 이럴까 싶어요....
상담자 : 어머니께서 님을 많이 의지하는군요.
내담자 : 네에..... 얼마 전에 과 MT를 가는데 엄마가 안 가면 안 되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가야 된다고 하고는 갔어요. 그런데 자꾸 문자가 오는 거예요.... 허전하고, 우울하고 그렇다고.... 그래서 결국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어요. 가니까 엄마가 자지도 않고 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리고는 제 방에 와서는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듣다가 엄마에게 고함을 치고 화를 내고 말았어요.... 짜증도 내고... 그리고는 곧장 가서 사과는 했는데 엄마가 막 우시면서 ‘너마저 그러면 나는 누굴 믿고 사니? 내가 무슨 낙으로 사냐고. 이럴 거면 확 죽어버리고 싶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진짜 답답하고, 제가 죽을 것 같더라고요... 정신병 걸릴 것 같았어요.... 엄마가 무섭기도 하고요.... 진짜 답답해요.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요. 왜 엄마는 나한테 이렇게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칠 것 같아요. 왜 오빠나 동생에게는 안 그러면서 나한테만 이러는가 싶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담자 : 많이 힘드시군요.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혹시 부모님 두 분 관계는 어떠세요.
내담자 : 음.... 별로 안 좋으세요. 두 분이 자주 싸우세요. 이혼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그러고 보면 엄마가 불쌍하기도 해요....
지난번 글에서 저는 부부관계의 불안에서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맺는 삼각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삼각관계를 맺으면 반드시 이인 관계에 끼이는 존재가 생겨나게 됩니다.
부부관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끼이는 존재가 주로 자녀가 됩니다. 이렇게 자녀가 끼이게 되면 끼인 자녀에게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보웬은 이렇게 끼인 자녀를 ‘희생양’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희생양은 성경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죄를 지은 인간이 죄를 사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죄를 대신해서 죽을 존재를 만든 것이 ‘희생양’입니다. 즉 어린양에게 사람이 지은 죄를 대신 지게 하고 그 양을 죄의 대가로 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희생양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니 부부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희생양이 된 자녀에게 전가하여 부부의 불안을 대신 감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보웬은 이러한 ‘희생양’들이 심하면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실제로 보웬인 상담했던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부부 사이에 끼여서 희생양이 되고, 정서적으로 강하게 밀착된 자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위의 상담 사례에서 보면 내담자는 전형적인 ‘희생양’입니다. 부부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엄마가 만들어 놓은 삼각관계에 끼인 희생양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희생에게 자신의 불안을 전가하게 되고, 희생양이 된 자녀는 그런 부모의 불안으로 인해 매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자녀가 희생양이 될까요? 위의 상담을 보면 내담자에게는 오빠도 있고, 동생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내담자가 희생양이 될까요?
희생양이 되는 자녀는 착한 자녀들입니다.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부모가 보기에 착한 자녀입니다. 즉 부모 말 잘 듣고, 순하고, 자존감 낮고, 약한 자녀들입니다.
자존감이 높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의 생각이 확고한 자녀는 부모 사이에 끼이지 않습니다. 주로 끼이는 자녀는 가장 약한 자녀입니다. 그래서 희생양이 된 자녀는 더 위험한 것입니다.
보웬은 만약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고자 한다면 과감히 삼각관계를 깨고 ‘희생양’을 구해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부부의 불안을 자녀에게 해소하지 않고 부부 스스로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자녀와 친밀한 관계는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관계의 불안을 회피하고, 해소하기 위해 자녀와 밀착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서 부부는 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대화하고, 타협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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