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나마 다행이지~
작년 말 기말고사 시즌 때 일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시험을 앞두고 중학생인 둘째가 긴장을 합니다. 긴장을 크게 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 하는 것 같습니다.
긴장을 하는 둘째를 보며 부모로서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긴장을 한다는 것은 시험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고, 신경을 쓴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책을 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합니다.
시험 전날 등교하기 전 둘째가 서재로 들어옵니다.
둘째 : 아빠~ 오늘 독서실 좀 갔다가 와야 될 것 같아요
아빠 : 시험공부 때문에?
둘째 : 네에. 독서실에서 공부 좀 하고 올게요.
아빠 : 그래. 시험 때문에 고생이 많다. 너무 늦지 마. 저녁도 꼭 챙겨 먹고
둘째 : 네에. 그런데 저녁도 먹고 독서실도 가려면 돈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빠 : 용돈이 필요하다는 거군
둘째 : 역시! 네에 맞습니다.
그렇게 용돈을 획득한 둘째가 거벼운 발걸음으로 등교를 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막내가 혼잣말도 중얼거립니다.
‘흠... 시험을 치면 용돈이 오고...... 그런데 시험을 치면 공부를 해야 되고.... 상당히 곤란하군’
그날 저녁 꽤 늦은 시간에 들어온 둘째가 아내에게 부탁을 합니다.
‘엄마! 나 지금부터(11시 30분) 세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공부할 거예요. 그러니까 간식 좀 만들어 놔 줘요’
그렇게 둘째는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7시쯤을 눈을 떠서 주방으로 가면서 둘째 방을 봤는데 아직도 자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다가 잠시 잠들었나 봅니다.
잠시 후 아내가 둘째를 깨웁니다. 잠에서 깬 둘째가 시계를 보며 한 마디 합니다.
‘엥? 벌써 7시가 넘었어요? 세 시간만 자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푹 잤네. 그래서 그런가? 머리가 너무 개운하고 맑아진 것 같아요. 역시 잠은 푹 자야 된다니까’
그렇게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씻고 학교로 갑니다. 오늘부터 시험인데 말입니다. 지켜보던 막내가 한마디 합니다.
‘형아 이번 시험 포기한 거 같은데?... 안 그래요? 아빠!’
사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세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가 푹 잤으면 놀라고, 긴장하고, 당황해야 하는데 당연한 듯 편안하게 밥 먹고 시험 보러 가는 둘째를 보며 제가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막내 말 대로 저렇게 해서 시험을 어떻게 보려는지..... 진짜 시험을 포기한 건지...... 잠깐 멍했습니다. 그때 막내가 또 한 마디 합니다.
‘아빠! 형아는 참 성격이 좋아. 나 같으면 짜증나고 막 그럴 것 같은데’
막내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둘째의 성격이 좋은 것 같습니다. 순간 둘째의 저런 행동이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늦게 일어났다고 울고, 속상해하고, 자기를 안 깨웠다고 엄마에게 화내고, 밥도 안 먹고 그렇게 등교했으면 제 마음이 어땠을까요?
최소한 둘째는 시험 점수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아버지로서 안심이 됩니다. 물론 점수를 잘 받으면 좋겠지만 스트레스 받아가며 받아 온 점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번 시험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험을 대하는 둘째의 태도를 보니 ‘그나마 다행이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기분 좋은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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