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아빠!

아들과 라면 먹기

by 신성철

조금 이른 퇴근을 했습니다. 두 아들은 학원으로 아내는 아직 퇴근 전입니다. 막내와 둘이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라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라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막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빠 : 집에 라면이 없네

막내 : 있을 텐데... 잘 찾아봐요

아빠 : 아무리 찾아도 없어. 다 먹었나 봐.

막내 : 그럼 어떡해요?

아빠 : 사 와야지.

막내 : 그렇네요. 근데 아빠 귀찮지 않을까요?

아빠 : 응? 뭐가 귀찮아?

막내 : 아빠가 라면 사 오려면 귀찮지 않을까요?

아빠 : 음..... 오늘은 네가 갔다 오면 안 될까?

막내 : 제가요?

아빠 : 그래. 좀 사 오면 좋을 것 같은데.

막내 : 음..... 전 그냥 밥 먹을래요

아빠 : 라면 안 먹고 밥 먹는다고?

막내 : 네에

아빠 : 진짜지? 너 라면 진짜로 안 먹을 거지?

막내 : 네에~~~


라면을 먹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트로 갔습니다. 라면을 사 오면서 ‘라면 주나 봐라’라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라면 사 오기 싫어서 안 가겠다는 막내가 얄미웠습니다.


라면을 두 개 끓여 간단하게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라면은 제 앞에 놓고 막내 앞에는 밥과 반찬을 놨습니다. ‘너는 라면 안 줘’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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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 우와 라면도 끓였네요.

아빠 : 아빠 먹으려고 사 와서 끓였어.

막내 : 맛있게 잘 끓였네요

아빠 : 최선을 다했다.

막내 : 저는 국물을 조금만 해서 떠 주세요

아빠 : 뭐? 너는 안 먹는다며

막내 : 그때는 라면이 없었고, 지금은 있잖아요.

아빠 : 너 아까 분명히 라면 사 오기 싫어서 밥 먹는다고 했잖아.

막내 : 그래서 진짜 나 안 주려고요?

아빠 : 안 주는 게 아니라 네가 안 먹는다고 했잖아.

막내 : 아빠 지금 엄청 치사한 거 알아요?

아빠 : 치사?

막내 : 네에. 치사요. 그렇다고 라면을 안 주는 게 어디 있어요. 치사하게


‘치사하다’는 막내의 이야기를 들으니 진짜 제가 치사한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막내의 행동이 얄미워 라면을 주기 싫은 마음이 생긴 거는 맞습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되어서 라면을 가지고 이러는 건 치사한 게 맞습니다.


아빠 : 참나..... 알겠어. 먹어

막내 : 거 봐요. 나눠 먹으니까 좋죠?

아빠 : 얄미운 놈

막내 : 귀엽잖아요


라면 하나 때문에 막내에게 ‘치사한 아빠’가 되어보니 그동안 제가 아들들에게 치사한 행동을 참 많이 했구나 싶었습니다. 용돈, 스마트폰, 공부, 외출, 친구 등 다양한 것들로 아들들에게 그런 행동을 했습니다.


‘우리 라면 먹어야 하는데 라면이 없잖아. 네가 라면을 사다 주면 아빠가 맛있게 끓여서 저녁 차릴게. 라면 좀 사다 줄 수 있을까?’


이렇게 했으면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아마 지금 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맛있게 라면을 먹는 막내를 보며 지금이라도 치사한 행동을 멈추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얄미운 건 사라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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