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하는 사치
오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주 통화하는 친구는 아니지만 20년이 넘은 친구입니다. 잊을 만하면 전화가 오는 친구입니다. 전화를 해서는 안부를 묻고는 무심히 전화를 끊어 버리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잘 지내나? 오랜만에 전화를 하네’
‘그러게 잘 지내지?’
‘나야 뭐 늘 그렇게 산다. 너는 어때?’
‘나도 늘 그렇지 뭐’
‘학교 일 때문에 많이 바쁘지?’
‘많이 바쁜 건 아니고 그냥 그저 그렇지 뭐. 너는 하고 있는 사업은 잘 되고?’
‘그럭저럭 먹고살만해’
늘 하던 것처럼 이런저런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친구가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사실은 나 얼마 전에 위암 진단받았다’
‘뭐? 위암?’
‘뭘 그렇게 놀라냐. 우리 나이면 충분히 걸리고도 남지’
‘그래도.... 몇 기라는 데?’
‘흠.... 3기란다’
‘3기?....... 치료는 되는 거지?’
‘요즘 의술이 좋아져서.... 일단은 수술을 해 보자고 하네’
‘어쩌다가...... 가족들에게는 이야기했고?’
‘살다 보니..... 나한테도 이런 게 오네..... 마누라만 알아.... 애들은 아직 모르고....’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 기도할게’
‘고맙다. 그래도 친구밖에 없네. 그런데.... 조금 억울해.... 나는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런 게 오는지....’
‘알지.... 너 열심히 산거.... 진짜 열심히 살았잖아.... 밤 낮 없이 일한다고... 고생한 거 내가 알지’
‘후회가 된다.... 너무 일만 했어.... 노후가 걱정이 돼서.... 애들이 걱정이 돼서..... 언제 사업이 내리막 길을 걸을지 걱정이 돼서....... 늘 쉼 없이 살았던 것 같아.....’
‘우리 나이가 그럴 나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너는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살지 마라..... 쬐끔 여유를 가지고 살아.... 쬐끔이라도.... 일 줄이고, 몸 챙기고, 쬐끔이라도 즐기고..... 인생 별거 없잖아.... 그렇게 여유 가지고 너도 돌아보고 살아라’
전화를 끊고 한참이나 멍하게 하늘만 바라봤습니다. 오늘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쬐끔’ 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박힙니다. ‘쬐끔’은 ‘조금’의 비표준어(사투리)입니다.
문득 30대의 제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시간강사 시절.....
한 주에 무려 45시간 강의를 하며 다녔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강의가 있다고 하면 달려갔습니다.
비정규직이라 불안한 마음, 다음 학기에도 강의가 있을까 하는 불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몸 상하는 줄 모르고 강의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10년을 하고 나니 몸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며칠을 앓아눕기까지 했습니다. 불규칙한 식사, 만성피로 등으로 생긴 당뇨와 고혈압은 아직도 저에게 훈장처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었으면 하는 후회가 듭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불안했어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저에게 쬐끔의 여유 정도는 괜찮았을 겁니다.
몸이 건강할 때는 모르다가 꼭 몸이 상하고 나면 후회를 합니다. 그런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 하기 위해 나에게 ‘쬐끔’ 의 여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현실적인 불안으로 인해 ‘쬐끔’ 의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사치 정도는 충분히 누려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 정도의 사치는 허락되어도 될 겁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쬐끔’의 여유를 주세요. 늦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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