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서 소중한거야

토닥토닥

by 신성철

저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아들들이지만 성향은 많이 다릅니다. 고등학생인 첫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매우 관대합니다.


숙제를 하다가도 졸리면 ‘내일 아침에 해야지’ 하고는 자버립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해서 갑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선생님에게 꾸중 들었다면서 다시 합니다. 물론 어제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말이지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숙제를 그렇게 해도 돼?'라고 물으면 '꾸지람 듣고 벌 좀 서고 다시 하면 돼요'라며 넘깁니다.

그런데 둘째는 큰 아이와는 반대입니다. 뭐든지 잘하려고 하고, 완벽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생각 안되면 속상해하고 심지어 웁니다. 스스로 자책도 많이 합니다.


어제는 학교에서 발명대회를 하는데 아이디어를 써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6시부터 끙끙거리더니 11시가 넘어도 고민을 합니다. 첫째가 둘째에게 대충 해서 가도 된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안쓰러워서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아빠 : 아빠가 보기에는 괜찮은 거 같은데 그거 해서 가면 안되나?

아들: 뭔가.... 마음에 안 들어요......

아빠 : 그래? 그래도 시간이 너무 늦은 거 같은데. 이제 마무리하고 자는 게 어때?

아들 : 조금만 더 하고 잘게요

아빠 : 좀 더 한다고?

아들 : 네에. 조금만 더 해 볼게요

아빠 : 그래. 네가 더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안 해도 된다.

아들 : 그래도......

아빠 : 그냥 아빠가 걱정이 되어서 그래. 네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아들 : 음...... 그래도 이게 편해요.....

본인이 저렇게 생각을 하니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어 둘째 옆에서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새벽 1시가 넘어가기까지 끙끙거리며 하더니 ‘됐어’ 라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들이 한 것을 훑어보았습니다.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얼마나 쓰고 지웠다를 했는지 하얀 종이가 까맣게 되었고, 너덜너덜 해졌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으면 이랬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둘째는 뭐든지 완벽하게 잘해 가려고 합니다. 조금의 실수도 본인이 용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대로 큰 아이는 자기의 실수에 대해서 너무 관대합니다.


둘을 반반 섞으면 딱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큰 아이를 걱정했습니다. 저렇게 대충 해서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둘째가 더 걱정이 됩니다. 너무 완벽하게, 실수하지 않으려는 둘째를 보며 '저렇게 스트레스받으면 나중에 큰일 나겠는데'라는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둘째들(중간에 끼인 자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안쓰러울 때가 있습니다.


위에는 형이 있고, 밑에는 동생이 있으니 뭐든지 잘하려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둘째를 보면서 너무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있지만 둘째 스스로가 잘 안되나 봅니다.


잘하려고 하니 둘째는 조금씩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만을 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어렵거나 조금 위험하거나 본인이 자신 없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하려고 하지를 않고 피해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둘째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 뚜렷합니다.


반면에 첫째는 친구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겁먹고 못하겠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다른 둘을 보며 가끔 부모로서 둘을 비교해서 판단하는 일까지 생깁니다. 첫째는 첫째로서, 둘째는 둘째로서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실수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칭찬을 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실수하기보다는 성공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실수라는 것에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설거지를 하려고 하다가 접시를 깨는 순간 엄청 혼났습니다. 동생을 돌봐주다가 울리면 혼납니다. 아빠를 기쁘게 해 주겠다고 구두를 닦다가 오히려 아빠에게 혼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하지 않은 형은, 동생은 혼이 나지 않습니다.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고 그냥 tv 보고 놀고 있는 형은 최소한 혼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설거지를 도우다가 실수한 나는 혼이 납니다.


그러니 좋은 맘으로 무언가를 한 사람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하지 않는 사람은 실수를 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꾸중을 들을 가능성도 높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꾸중을 들을 가능성도 낮습니다.


어쩌면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실수도 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무언가를 실수 없이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실수는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기에 오히려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맞습니다.


‘괜찮아 실수할 수 있어. 처음이라서 그렇지. 그래도 엄마를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이렇게 격려하고 지지하고 용기를 준다면 최소한 죄책감은 느끼지 않겠지요. 그리고 자녀는 목표를 두고 끊임없이 도전하려고 할 것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것이고, 실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실수를 안 하는 것이 곧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침에 힘들게 일어난 둘째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실수해도 돼. 실수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야. 그리고 너는 있는 모습 그대로 참 소중한 사람이야. 형은 형대로 소중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소중하고 너는 너 대로 소중해. 그러니까 형보다 동생보다 더 잘하려고 애쓰지 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는 소중한 내 아들이야’


둘째가 저를 빤히 절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깨를 툭 두들겨 주었습니다. 순간 눈이 빨개지는 둘째의 눈을 보았습니다. 부끄러웠는지 얼른 욕실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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