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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an 04. 2019

부모님 뭐하시노?

진정한 가치

 

얼마 전 큰 아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놀러 왔습니다. 아내는 아들의 친구들에게 저녁을 만들어 주었고, 나름 눈치 보지 않고 놀도록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9시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들의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아내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 00 이는 공부 잘해?

아들 : 그럭저럭 이요

엄마 : 그럭저럭? 그럼 잘하는 건 아니라는 소리네.  학교생활은 어떤데

아들 : 괜찮은데요

엄마 : 그래? 그럼 00 이 부모님은 뭐하시는데?

아들 : 회사 다니시겠죠.

엄마 : 너는 친구들 부모님이 뭐하시는지 몰라?

아들 : 제가 그거 알아서 뭐하게요. 그리고 엄마는 그게 왜 궁금한데요?

엄마 : 아니 그냥 뭐하시나 해서......

아들 : 다 착한 애들이고 좋은 애들이에요

엄마 : 그렇겠지. 착하겠지. 그런데 공부도 잘하면 좋잖아. 그리고 이왕이면 부모님들도 좋은 분들이면 좋고.

아들 : 참나...... 그게 뭐가 중요해요. 그냥 애들이 좋으면 됐지.

엄마 : 그래. 누가 뭐 라그래? 그냥 부모님들이 어떤 분들이신가 궁금해서 그런 거지

아들 : 좋은 애들이에요.

엄마 : 알지. 그래도 엄마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궁금할 수도 있어. 왜냐하면 부모님 영향을 많이 받잖아. 그리고 가정환경도 중요한 거고.

아들 : 가정환경이나 부모님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부모님의 직업이 우리 탓은 아니잖아요.

엄마 : 그렇지. 그래도 부모 마음은 안 그래

아들 : 제발 그런 거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면 안 돼요? 부모님 따지고 공부 따지면 친구 할 애 없어요

엄마 : 그래... 그래도 공부도 잘하면 좋잖아.

아들 : 저도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닌데 친구들만 공부 잘하면 뭐해요.

엄마 : 자랑이다. 공부 못하는 게!    


아내는 아들의 친구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의 부모님이 뭐하시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습관적으로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 나이에는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가 중요하고, 또래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이이기에  아내의 질문은 어쩌면 부모로서 당연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부모가 자녀의 성격이나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기에 당연한 질문을 아들에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은 그런 아내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아들 입장에서는 자기랑 친하고,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를 좋아해 주는 것으로 친구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친구의 부모님이 무엇을 하는지, 공부를 잘하는지는 아들이 친구로 생각하는 것에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둘 다 이해가 됩니다. 아내도 이해가 되고 아들도 이해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아들이 친구의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의 부모들이 아들에 대해서 아내가 물었던 것처럼 묻는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요?.

부모가 뭐하는지, 공부를 잘하는지가 친구로서의 자격에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생각을 하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부모가 뭐하는지에 따라서 자녀의 가치가 달라지고, 공부나 기타 다른 스펙에 따라서 가치를 달리한다면 그 사람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자녀의 친구 자격까지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고 따진 다면 우리 자녀는 과연 누구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부모가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안은 부모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지 자녀에게 강요할 문제는 아닙니다.   

어릴 때 저희 부모님이나 친구의 부모님들이 했던 ‘밥은 먹었니?’, ‘밥 먹고 가라’, ‘서로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거라’라고 해주던 그런 이야기가 그립습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 굳이 부모가 뭐하는지,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되었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이지 그를 둘러싼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자녀의 가치 또한 부모가 뭐하시는지, 공부를 잘하는지, 어디에 사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내면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님 뭐하시니?’, ‘공부는 잘해?’라는 질문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 밴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세 잎 클로버 #행복한 부모교육 #좌충우돌 불량 아빠의 행복한 부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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