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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an 09. 2019

약속을 위한 약속

약속

방학을 시작하고 처음 맞이하는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막내가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날입니다. 개봉과 동시에 반드시 봐야 한다고 노래를 불러온 막내를 위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나섭니다. 저는 그날 부모교육 특강이 있어 다행히(?) 가지 않아도 됩니다.

아내가 오전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는 오후에 보러 가기로 합니다. 저는 같이 못 가는 대신에 막내의 외출을 완벽하게 해 놓아야 합니다.
점심시간쯤 퇴근하는 아내는 준비된 막내를 데리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것으로 계획을 합니다.

그렇게 막내의 영화관 가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늘 그렇듯 막내가 미적거립니다.

양치를 하라고 하면 거의 30분이 지나서야 어슬렁거리며 욕실로 갑니다. 양치를 끝내고 나면 바로 씻으면 되는데 또 미적거립니다.
양치를 끝내고 20-30분 미적거리다가 씻으러 들어갑니다. 씻고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씻고 옷을 입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저는 그저 지켜만 보는데 막내의 하는 행동이 가관이긴 합니다. 팬티를 입고 미적거리다가 양말을 신고, 또 미적 거리가 위의 옷을 입고, 또 그렇게 한참을 미적거리다가 바지를 입습니다. 속옷을 입고, 겉옷을 입는 행동은 통상 한 번 만에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막내는 그걸 분업화하듯이 합니다.

옷을 다 입은 막내가 저를 보고 씩 웃습니다. 외출 준비를 나름 완벽하게 했다는 거지요. 그렇게 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외출 준비를 끝내고 엄마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막내가 장난감을 거실에 쏟아붓습니다.


아빠 : 이제 곧 나가야 하는데 장난감은 왜?
막내 : 아직 10분 남았어. 10분 동안 장난감 가지고 놀 건데요.
아빠 : 그렇게 놀다가 엄마 오면 치워야 할 텐데 시간 되겠어?
막내 : 갔다 와서 치우면 되는데요
아빠 : 갔다 와서? 엄마가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을 텐데
막내 : 괜찮아. 내가 설명을 잘하면 돼
아빠 : 그래? 알겠어

잠시 후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거실 상황을 보고 막내에게 한 마디 합니다.

엄마 : 이제 곧 나가야 하는데 거실이 이게 뭐야?
막내 : 시간이 남아서 장난감 가지고 논 건데요
엄마 : 이렇게 해 놓고 나갈 거야?
막내 : 갔다 와서 치울게요
엄마 : 갔다 와서 언제 치운다는 건데. 지금 당장 치워!
막내 : 갔다 와서 치울게요. 지금은 이대로 두면 안돼요?
엄마 : 좋은 말 할 때 지금 당장 치워라
막내 : 지금 당장 왜 치워야 하는데요. 갔다 와서 치워도 되잖아요
엄마 : 너 지금 장난감 안치우면 오늘 영화 보러 가기로 한 거 취소다.
막내 : 네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엄마 : 그러니까 영화 보러 가고 싶으면 지금 당장 치워라. 아니면 안 간다.
막내 : 치사하게.....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엄마 : 그러니까 지금 당장 치워!
막내 : 영화 보러 가는 거랑 장난감 치우는 거랑 뭔 상관이 있다고.....
엄마 : 왜 상관이 없어! 네가 엄마 말 잘 듣고 해야 엄마도 네가 원하는 거 해주지.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너도 엄마 말 안 듣는데 엄마는 네가 하는 거 들어줘야 해?
막내 : 오늘 아침에 엄마가 그냥 영화 보러 간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말 안 듣다고 영화 보러 안 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엄마 : 거참! 말 많네. 그래서 치울 거야 안 치울 거야!
막내 : 진짜 치사해. 치우면 되잖아요.

그렇게 투덜거리며 막내가 거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치우다가 막내가 갑자기 ‘나 영화 보러 안가!’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내가 막내 방으로 뒤 따라 들어갑니다. 아내의 큰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간간히 막내의 소리도 새어 나옵니다.

그렇게 방에서 이야기를 한 지 30여분이 지난 후 막내가 아내를 따라 나옵니다. 막내가 저를 향해 ‘다녀오겠습니다’하고는 아내와 문을 나섭니다. 이야기가 잘 끝난 모양입니다. 약속대로 아내는 막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나가면서 아내가 한 마디 던집니다.

'나가려면 시간 좀 남은것 같은데 거실 좀 치우고 나가요. 그냥 나가지 말고'

부탁이라고 하기엔 뭔가 강하고 명령이라 하기에는 뭔가 애매합니다.
그런 복잡한(?) 심정으로 거실정리를 끝내고 외출합니다.

먼저 한 약속에 대해서는 다른 조건이 붙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약속을 한 후 자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약속을 취소하는 뭔가 좀 치사해 보입니다.

그러니 이미 한 약속에 대해서는 다른 조건을 갖다 붙이지 말고 지켜주면 어떨까요? ‘너 말 안 들었으니까 저번에 해주기로 한 거 안 해 줄 거야’라는 말은 잠시 넣어두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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