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미안
세 아들이 방학을 했습니다. 물론 저도 방학을 했고요. 방학인데도 세 아들은 바쁩니다.
고등학생인 큰 아들은 부족한 수학을 잡아 보겠다고 학원을 신청했습니다. 물론 해마다 방학이면 큰 아들이 하는 정기 적인 행사 같은 것입니다.
하나가 더 있는데 절친들과 우정을 다지기 위해 당구장을 가야 한답니다. 이유를 물으니 그냥 당구장을 가면 친해진답니다.
그리고 당구장에서 먹는 자장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합니다. 평생 당구장을 딱 2번 가본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중학생인 둘째는 컴퓨터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컴퓨터 앞에서 게임에 매진 중입니다. 아내의 극한 잔소리와 걱정으로 인해 하루 두 시간만 하는 것으로 시간을 합의했습니다.
역시 둘째도 절친들과 우정을 다져야 하기 때문에 노래방과 영화를 보러 가야 한다고 합니다. 우정을 다지러 왜 하필 노래방을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둘째는 노래를 통해서 우정을 다질 수 있다고 합니다.
막내는 그동안 밀린 TV를 봐야 한다고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거실로 가 TV를 켜고 초집중을 합니다. 역시나 아내의 극한 잔소리와 걱정으로 하루 3시간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막내 역시 우정을 다져야 한답니다. 아빠랑 이요. 그래서 아빠랑 어딜 자주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로 극장으로 가서 ‘포켓몬’을 봐야 한답니다. 왜 저랑 우정을 다지기 위해 극장으로 가서 ‘포켓몬’을 봐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막내를 설득할 만한 논리를 제공할 수도 없기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표를 사고, 팝콘과 콜라를 사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려는 순간 중요한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으러 잠시 나갔다 다시 자리로 왔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뭔가가 느껴집니다. 일어나서 보니 팝콘이 의자에 가득합니다.
아빠 : 혹시 팝콘 쏟았어?
막내 : 네에 조금 쏟았어요
아빠 : 조금이 아닌데
막내 :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쏟은거예요. 걱정하지 마요
아빠 : 걱정은 안 되는데 아빠 자리에 팝콘이 가득하다
막내 : 그러면 저기 앉아요. 저기 사람이 없잖아요
아빠 : 그....래
한 마디도 안 집니다. 그렇게 영화를 마치고 나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장난스럽게 막내에게 물었습니다.
막내 : 아빠 목안 말라요? 우리 시원한 음료수 하나 먹으면 안될까요?
아빠 : 아가 영화 보면서 콜라 마셨잖아. 집에가서 물 먹자 금방 갈거야
막내 : 그래도 시원한 음료수 하나 먹고 싶은데...
아빠 : 근데 너 아까 팝콘 일부러 아빠 자리에 쏟은 거지?
막내 : 아닌데요
아빠 : 에이~~ 일부러 그런 거 같은데
막내 : 아니라니까요. 진짜 실수였어요
아빠 : 솔직히 말해도 된다. 말해 봐. 아빠가 용서해 줄게
막내 : 아니라니까 요! 진짜 실수로 쏟았다니까요
아빠 : 에이~~ 거짓말
막내 : 그럼 CCTV 돌려 보면 되잖아요
아빠 : 진짜 돌려 볼까?
막내 : 네에 진짜 돌려봐요
막내 : 차 다시 돌려봐요
아빠 : 응?
막내 : CCTV 보자면서요. 그럼 차를 다시 돌려야지요
아빠 : 알았어 네가 하는 말 믿을게
막내 : 아니. 가서 확인해 봐요. 내가 진짜 일부러 그런 건지. 실수로 그런 건지
아빠 : 에이~~ 그럴 필요 없어. 네가 실수로 그런 거 인정할게
막내 : 됐고요. 가서 확인해요. 지금 당장!!
아빠 : 지금 당장? 가도 확인 안 해 줄걸
막내 : 내가 이야기할게요. 우리 아빠 교수님이라고 이야기하고요
아빠 : 응?
막내 : 빨리 차 돌려요. 가서 확인하게
아빠 : 아니.... 아까는 아빠가 장난으로 한 거야
막내 : 아니잖아요. 차 빨리 돌리세요
아빠 : 아니... 장난이었어
막내 : 장난 아니잖아요!
아빠 : 미안해 아빠가 장난친 거야
막내 : 진짜요?
아빠 : 그래. 진짜야. 미안
막내 : 음.... 사과했으니까 용서해 줄게요. 근데 아빠랑 이야기했더니 목이 마르네요
아빠 : 그래? 뭐 좀 마실까?
막내 : 그럴까요
장난 한 번 쳤다가 식겁했습니다. 역시나 의심을 받는 것은 썩 기분이 좋지 않은 것입니다. 가끔은 자녀가 하는 말이 조금 의심이 되더라도 한 번 정도는 믿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는 탐정이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목마르다고 마트로 갔는데 손에는 음료수 대신 과자, 장난감 등이 한 손 가득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아버지가 죄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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