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부모가 처음입니다.

부모도 서툽니다

by 신성철

중학생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편하게 둘러앉아 진로에 대한 이야기, 이성 친구에 관한 이야기,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 공부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들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서 부모님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을 들으며 저 또한 부모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말하는 부모님은 자신들을 이해해 주려고 하지 않는 사람,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사람, 잔소리꾼,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선생님 같은 사람,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만 찾는 사람, 용돈과 밥은 챙겨주는 사람 등 주로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님들은 어른이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조금만 우리 입장에 서보면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무조건 안된다고 하고, 하지 말라고 해요. 부모님들도 우리 때에는 다 했을 거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어른이면, 부모님이면 그러면 안되잖아요. 그냥 우리를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도와주면 될 텐데, 왜 그렇게 간섭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다고 우리가 부모님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아요. 잔소리하면 하면 할수록 안 할 것도 더 해요. 그럴 왜 모를까요? 우리보다 더 모르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부모님이면 자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또한 부끄러워졌습니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더군요. 실제로 많은 부모님들이 저렇게 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잔소리하고 통제하려고 했던 사람이라 더더욱 말문이 막히더군요.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듯, 자녀들 또한 부모님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가 이해를 못하니 골이 깊어지고 갈등이 커져 갑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부모도 자녀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 들이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받으러 다니거나 책을 사서 읽기도 합니다. 부모교육을 듣거나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부모라고 말합니다.

부모의 양육태도, 부모의 감정, 부모의 행동 등이 자녀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변하면 자녀도 변할 것이라고 하면서 부모가 바뀔 것을 강요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 좋은 자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부모 노릇하기 참 힘듭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자녀를 키웠고, 자녀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자녀에게도 인정을 못 받고, 다른 부모들에게도 인정을 못 받습니다.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부모님들은 죄인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듣는 꾸중은 그나마 넘겨들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눈으로 보면 대부분 비판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자녀가 부모를 향해 쏟아내는 불만은 부모가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비수처럼 가슴을 후며 파기도 합니다. 비수는 곧 상처가 되어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자녀에게 받은 상처는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합니다. 부모에게서 자녀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위로와 지지가 쏟아지는데 부모가 받는 상처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자녀가 그럴만하니 그랬다라고 해 버립니다. 그러니 부모의 상처는 오롯이 부모의 몫입니다.


그러나 부모는 죄인이 아닙니다. 부모라고 자녀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행동 지침이나 양육 지침들을 다 지켜가며 자녀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불량 부모들도 아닙니다. 어쩌면 당연한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부모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되기 위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라는 지위가 맡겨진 것뿐입니다. 물론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원해서 자식을 낳았지만 그럼에도 '부모'라는 역할은 어느순간 주어진 것입니다.

즉 모든 부모는 초보자들입니다. 처음 부모가 된 것이고, 처음 자녀라는 존재와 관계를 맺어가는 초보자들입니다. 그러니 실수가 당연하고, 어설픈 것이 당연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당연합니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서툰 것입니다.

모여 있던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내가 부모님들을 만나면 너희들의 이야기를 꼭 해 줄게. 너희들이 바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부모님들이 아시면 조금은 좋아지겠지. 그런데 너희들도 부모님들을 좀 이해해줘. 우리 부모님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 태어난 게 아니야. 우리 부모님들도 부모라는 것을 처음 해 보는 거야. 그러니까 서툴고 실수할 수 있는 거야. 부모님들도 너희들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야. 부모가 되는 것이 자격증 따듯이 시험을 치거나 실습을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되는 거야. 그래서 부모님이기 때문에 당연히 너희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부모님이 너희들을 이해 못한다고 돌아서지 말고 너희들의 이야기를 해 줘. 그래야 부모님이 너희들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우리 부모님들도 너희들처럼 속상하고, 화가 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 애들아! 부모님들도 너희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란다. 그래서 잘 못할 수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어. 부모님들이 버벅버벅 헤매고 있으면 너희들이 부모님에게 먼저 도와주면 어떨까? 잘 부탁한다’


모르겠습니다. 제 이야기가 얼마나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을지요. 그래도 자녀들도 알아야 하기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녀가 하루하루 처음으로 만나는 시간들 속에서 서툴 듯이, 부모도 하루하루 처음으로 만나는 시간들 속에서 서툽니다. 자녀도 부모도 모두 초보인 것입니다. 서툰 두 부류가 만나면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배워야 합니다. 조금씩 배우고 실천하다 보면 보면 어느 순간 노련한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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