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잔소리

잔소리는 괴로워

by 신성철

한가한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일이 없어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간간히 TV도 보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막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입이 심심하다면서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을 합니다. 냉장고 이곳저곳을 살피고, 무언가를 꺼내기도 하고 분주합니다. 분주하게 냉장고를 뒤지던 막내가 갑자기 거실에 앉아 있는 저와 아내에게 일갈을 날립니다.

막내: 아니 왜 냉장고에 내가 먹을 것이 하나도 없냐고요? 이럴 거면 냉장고를 왜 샀냐고요. 안 그래도 더운데 먹을 것도 없고
엄마 : 잘 찾아봐. 거기 뭔가 있을 건데
막내 : 없다고요. 먹을게 하나도 없다고요
엄마 : 그래? 이상하다. 거기 있을 텐데
막내 :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 있기는.. 하나도 없구먼

다시 냉장고를 뒤지더니 잠시 후 냉동고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냉동고 밖으로 끄집어냅니다. 먹을 만한 것을 발견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챙겨서 거실로 가져옵니다. 그리고는 우리 앞에 놓으면 말을 합니다.


막내 : 아니 오징어는 왜 사다 놓았냐고. 이렇게 먹지도 않을 거면서
아빠 : 앞으로 먹으려고 샀지
막내 : 그러면 먹을 때 사면되잖아. 먹지도 않을 거면서 왜 냉장고에 넣어 놓냐고


맞는 말이긴 합니다. 사실 아내와 저는 마트를 가면 무언가를 해 먹기 위해서 재료들을 사긴 하는데 그것을 요리로 옮기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마 저 오징어는 못해도 6개월은 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고작 8살짜리가 엄마 아빠에게 ‘왜 샀냐고’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아서 한 소리를 하려다가 참습니다. 지금 막내가 하는 소리에 딱히 변명을 할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보고 있기로 합니다.

한참을 잔소리하던 막내가 씩씩거리며 다시 냉동고로 가더니 이제는 쥐포를 꺼내옵니다. 저 쥐포는 제가 먹으려고 사놓은 것인데 아마 1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처음 몇 마리는 열심히 구워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처밖아 놓은 것입니다. 그 쥐포를 들고 막내가 터벅터벅 걸어옵니다. 그리고는 쥐포를 앞에 놓더니 또 뭐라고 합니다.


'이건 누가 사놓은 건데요’


그러자 아내가 슬며시 막내를 눈치를 살피더니 그럽니다.

아내 : 그건 아빠가 사다 놓은 건데’
막내 : 아니 아빠는 먹지도 않을 거면서 이걸 왜 사다 놓는데?’

기가 찹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빠 : 먹을 거야
막내 : 언제 먹을 건데요?
아빠 : 조만간 먹을 거다
막내 : 그니까 조만간 언제 먹을 거냐고요? 그리고 지금 당장 안 먹을 거면 안 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손을 허리에 딱 얹고는 마치 학생들 뭐라 하듯이 서서 저에게 말을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으면 좋겠는데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막내의 잔소리를 그냥 듣고 있습니다.

‘아빠는 이제 먹지 않을 거면 사 오지 마세요. 냉장고가 힘들잖아요. 엄마도 알겠지요?’

아내와 저는 막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나저나 8살짜리 꼬마의 잔소리를 들으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걸 둘째 녀석이 ‘씩’ 웃으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치‘잘하고 있어’라는 표정으로 말이지요.
사실 막내가 하는 잔소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보다는 결국은 자기 먹을 만한 것이 냉장고에 없어서 화가 나서 저러고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잘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만약에 냉장고를 열었을 때 자기가 좋아하고 먹을 만한 것이 있었다면 막내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본인이 원하는 것이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막내의 잔소리를 듣다 보면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아내와 제가 사다 놓은 음식은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냥 생각 없이 사다 놓은 것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내는 그런 이유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막내에게 폭풍 잔소리를 듣고 있으니 문득 평소 부모의 잔소리를 듣고 있을 아들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아이들도 무언가 필요해서, 혹은 생각이 있어서 한 일인데 그게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앞세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부모가 바라는 것이 아니어서 잔소리를 앞세운 것은 아닐까요?


그나저나 잔소리는 듣고 있으니 괴롭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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