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돼지다!
한가한 오후 학교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막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막내 : 아빠~~ 바쁘세요?
아빠 : 아니. 바쁘지는 않은데
막내 : 그래요? 한참 바쁠 시간인데 아빠는 안 바쁘시네요
아빠 : 한참 바쁠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막내 : 그래요? 저도 지금은 하나도 안 바빠요
아빠 : 너는 대부분 안 바쁜 것 같은데
막내 : 에이~~~ 저도 나름 바빠요. 피아노 학원도 가야되고 학습지도 가야되고 바빠요
아빠 : 그래? 몰랐네
막내 : 그렇죠? 오늘도 그렇게 바빴어요.
아빠 : 고생했군 우리 막내~~
막내 : 네에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났더니 갑자기 배가 고파요. 그래서 말인데도 안 바쁘시니까 햄버거 좀 사다 주시면 안될까요?
아빠 : 그래 알겠다
막내 : 00이 형아도 있어요
아빠 : 그래
전화를 끊고 보니 뭔가 낚인거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핑계 겸 학교를 나왔습니다. 햄버거를 사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니 막내와 둘째가 거실에 앉아 있습니다.
아빠 : 햄버거 사왔다.
아들들 : 앗싸~~ 햄버거
막내 :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햄버거~~~~
그렇게 햄버거를 먹던 두 아들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둘째 : 야!! 감자 튀김 하나씩 먹으라고
막내 : 하나씩 먹고 있다고!
둘째 : 뭐가 하나씩 먹고 있는데 한꺼번에 4개씩 먹고 있구만
막내 : 그건 먹다 보니까 실수로 그런거지.
둘째 : 실수는 무슨 실수! 계속 그렇게 먹고 있구만은. 니가 돼지가?
막내 : 그래 나 돼지다. 그러니까 이렇게 먹어도 되지?
둘째 : 와아..... 너는 니가 돼지라는데도 괜찮냐?
막내 : 형이 나보고 돼지라고 해도 나는 사람이니까 괜찮아.
그러고는 막내는 당당하게 감자튀김을 3개씩 주워먹고 있고 둘째는 할 말을 잊은 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돼지라고 놀리면 상대는 발끈해야 하고, 먹는 것을 멈추거나 조심하기 나름인데 막내는 자신이 돼지임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먹어 버리니 둘째가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하고, 놀리는 것에 가장 좋은 방어는 그냥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정한다 한들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둘째가 막내를 향해 돼지라고 했어도, 그리고 그것을 막내가 인정했다 해도 막내가 진짜 돼지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그나저나 막내의 멘탈이 오늘따라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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