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

‘하지 마라’ 보다는 ‘이것 해 줄래’

by 신성철

오랜만에 한식뷔페를 갔습니다. 무언가를 제한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뷔페를 찾습니다.
접시를 들고 기분 좋게 음식 앞으로 갔습니다. 이것저것 담고 있는데 맞은편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성 들여 직접 가꾼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문구가 참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문구와는 사뭇 다릅니다. 뷔페를 가면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욕심을 내게 되어있습니다.
음식을 파는 입장에서는 욕심을 내서 가져간 음식이 남을 때입니다. 남은 음식은 재 사용도 못하기 때문에 결국 버리게 됩니다. 식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욕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음식을 남길 경우 벌금을 받는다는 문구를 식당 곳곳에 붙여 놓습니다.

‘음식을 남기면 벌금 5,000원’
‘음식을 먹을 만큼만 가져가세요. 남기시면 벌금 3,000원 있습니다’
‘제발 음식을 남기지 말아 주세요. 음식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음식을 자꾸 남기고 버리면 결국 음식 값이 올라갑니다. 제발 먹을 만큼만 가져가세요’

주로 이런 문구들입니다. 오죽하면 식당에서 이런 문구를 붙이겠나 싶다가도 손님 입장에서 이런 문구는 유쾌하지 않습니다.
협박처럼 들리기도 하고, 강요처럼 들리기도 하고, 식탐이 많은 사람 취급당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 문구는 참 신선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똑같이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부탁인데도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얼마 전 막내가 볶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했습니다. 막내가 좋아하는 햄도 넣고, 계란도 넣고, 김도 넣고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막내에게 주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남기면 다음부터는 안 해 준다’

막내가 저를 빤히 쳐다보며 한 마디 합니다.

‘맛없어도 다 먹어요? 그리고 진짜 다음부터 안 해 줘요?’

막내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맛없으면 당연히 남겨는 것이 맞고, 설사 남긴다고 해도 제가 다음부터 안 해 줄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음... 그니까 아빠는 네가 맛있게 잘 먹어 주면 좋겠다는 거야’
‘아하~~~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아이들에게 ‘하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뛰지 마라’, ‘TV 그만 봐라’, ‘그렇게 앉지 마라’, ‘스마트폰 그만 봐라’, ‘화내지 마라’, ‘짜증 내지 마라’, ‘학원 빠지지 마라’, ‘늦지 마라’, ‘말대꾸를 하지 마라’, ‘거짓말을 하지 마라’, ‘딴짓하지 마라’, ‘밥 먹을 때 이야기하지 마라’

언젠가 둘째가 멍하니 tv를 보고 있어서 한 마디 한 적이 있었습니다.

'TV 그만 봐라. 너는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냐? 그만 꺼!'

그러자 둘째가 TV를 끄고는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겁니다. 사실 저는 둘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가 책이라도 읽어라'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TV 끄라' 고만했고 둘째는 저의 말대로 TV를 끄고 소파에 앉아 있었던 겁니다. 사실 둘째는 제 말을 잘 들은 겁니다.

그러나 그런 둘째를 보는 저는 다시 화를 냈고, 급기야 둘째는 영문도 모를 아빠의 화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부모가 요청하는 것, 바라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하지 마라’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요?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남기면 다음부터는 안 만들어 줄 거다’ 보다는 ‘아빠가 최대한 맛있게 만들었거든~~ 맛있게 먹어줘’라는 말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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