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라

차라리 말하지 말걸

by 신성철

저녁을 먹고 아내가 큰 아들에게 설거지 부탁을 합니다.


엄마 : 오늘은 큰 아들이 설거지 좀 하면 좋겠는데

아들 : 제가요? 둘째랑 막내는요?

엄마 : 둘째랑 막내는 다음에 하고 오늘은 장남이 좀 하지 그래?

아들 : 흠.... 알겠어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큰 아들이 주방으로 갑니다. 그리고 덜커덕덜커덕 소리를 내며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아내가 갑자기 아들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엄마 : 설거지하기 싫어?

아들 : 아니요. 그런 거 아닌데요

엄마 : 근데 표정이 왜 그래? 그리고 그릇은 왜 그렇게 막 던지고 그래?

아들 : 조심해서 할게요

엄마 : 솔직하게 이야기해 봐. 설거지하기 싫어?

아들 : 그건 아니고요....

엄마 : 솔직히 말해보라니까

아들 : 그게......

엄마 : 솔직하게 말해야 엄마가 알지. 그러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봐!

아들 : 사실은..... 동생들은 노는데 혼자 설거지하는 게 조금 짜증이 나요.

엄마 : 그래서 하기가 싫다는 거지?

아들 : 하기가 싫다기보다는..... 혼자 하니까..... 조금 짜증 나고 그래요.....

엄마 : 그러니까 네 솔직한 마음은 하기가 싫다는 거잖아. 그렇지?

아들 : 그냥 좀 짜증이 난 거예요. 조심히 할게요

엄마 : 솔직히 말하라니까 지금 설거지하기 싫은 거잖아

아들 : 휴우..... 짜증이 나니까 하기가 싫은 거는 맞죠.....

엄마 : 그래? 그럼 하지 마. 놔둬! 앞으로 너보고 다시는 설거지하라고 안 할 테니까 그만둬! 그렇게 하기 싫은 표정 지으면서 할 필요 없어!

아들 :....................

엄마 : 그렇게 하기가 싫은데 밥은 왜 먹어? 앞으로 다시는 너한테 뭐 안 시킬 테니까 편하게 살아!


이 장면을 유심히 보던 막내가 저에게 한 마디 합니다.


막내 : 그러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니까.

아빠 : 엉? 그게 무슨 말이야?

막내 : 엄마가 형아 보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형이 솔직하게 이야기했잖아. 근데 더 꾸중 듣잖아. 그러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야

아빠 : 그럼? 어떻게 말할 건데?

막내 : 엄마가 좋아하는 말을 해 줘야지.

아빠 : 엄마가 좋아하는 말?

막내 : 그렇지. 엄마가 좋아하는 말 있잖아. ‘죄송합니다’, ‘잘할게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이런 말들!


아내와 아들의 대화를 보며, 막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반성을 합니다. 자녀들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듣기 좋은 말만 강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부모는 자녀의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을 들으려고 하기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답을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 놓고는 막상 자녀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더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은 일단은 거짓말로 끝까지 숨기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진실을 말해도 꾸중을 듣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더 많은 꾸중을 들어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녀의 솔직한 감정을 듣기 원하신다면 한 번 정도는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동생들은 노는데 혼자 설거지하는 것이 짜증 난 아들에게 ‘동생들은 노는데 혼자 설거지해서 짜증이 났구나. 그래서 설거지하는 게 싫은 거구나’라고 해주면 훨씬 대화는 부드러워지겠죠?


자녀의 솔직한 감정을 듣기 원하신다면 부모님들은 그 진실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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