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
고1이 된 큰 아들의 반항(?)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통제 범위를 많이 벗어나니 부모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부모의 불안은 자연스럽게 아들을 향한 잔소리 이어집니다. 잔소리가 늘어난다고 아들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특히 아들과 아내의 갈등이 심합니다. 아내는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들의 늦은 귀가도 마음에 들지 않고, 아들의 여자 친구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아들이 어울리는 친구들도 마음에 들지 않고, 노는 행위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히게 됩니다.
아들은 아들 입장에서 화가 납니다. 자신을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엄마의 태도에 대해 많이 답답해합니다. 학원을 마치고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하고 늦을 수도 있는데도 그것을 이해 못한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여자 친구 사귀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기 친구들을 욕하면서 나쁘게 말하는 엄마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아들의 행동이나 친구 관계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아들이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만 고쳐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부모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대화를 시도하면서요.
토요일 저녁 아들이 11시가 넘어도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아내가 난리가 났습니다. 전화를 30통 가까이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에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아들은 11시 30분이 넘어서야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가 들어오는 아들을 향해 폭풍 잔소리를 합니다. 아들이 늦은 이유를 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부모 말을 안 듣고 마음대로 할 거면 집을 나가라고 고함을 칩니다. 아들은 깊은 한 숨을 쉬고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습니다. 반성하는 얼굴이 아닌 답답하고 화가 난 얼굴입니다.
약 20분간의 폭풍 잔소리가 끝나고 아내는 안방으로 아들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아들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빠 : 저녁은 먹고 들어왔어?
아들 : 네에 대충이요.
아빠 : 속상한 것 같은데
아들 : 음.... 그냥 그래요
아빠 : 그냥 그렇다고? 그냥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아들 :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왜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화부터 내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나이 때는 친구가 좋을 나이잖아요. 엄마도 아빠도 그랬잖아요. 휴우.....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되어요. 진짜 엄마는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뭘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요. 아빠처럼 공부하고 배우면 좋겠어요. 진짜 답답해요
아들의 말을 들으며 순간 찔끔했습니다. 저도 아들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아내를 보며 ‘책을 좀 읽어라’, ‘청소년들에 대해서 공부 좀 해라’, ‘부모교육을 좀 들어라’ 등의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정작 아내가 지금 어떤 상태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빠 : 엄마가 너를 이해하지 못해 많이 답답하구나.
아들 : 네에.... 이해를 못하겠어요.
아빠 : 그래. 부모가 네가 원하는 대로 다 이해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해. 왜냐하면 부모도 인간이잖아. 힘들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거든.
아들 : 그렇겠죠.
아빠 : 지금 엄마도 그럴 거야. 엄마가 몰라서, 못 배워서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엄마가 힘들어서 그런 거야.
아들 : 엄마가 힘들어서요?
아빠 : 그래. 요즘 엄마가 여러 가지 일로 힘든 것 같더라
아들 : 그래요?..... 엄마도 힘들 때가 있는 줄 몰랐네요....
아빠 : 누구나 다 힘들어. 엄마도 아빠도. 다만 그걸 너희들에게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나 힘들 때가 있어.
아들 : 네에.....
아빠 : 엄마는 지금 너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힘들어서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아들 : 흠.....
아빠 : 그러니까 네가 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들 : 어떻게요
아빠 : 글쎄. 그건 네가 고민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은 엄마에게 요즘 힘들어 보인다고, 도와줄 게 없는지를 물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너의 사정을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물론 엄마가 받아들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네가 노력을 좀 하는 것은 좋을 것 같은데
아들 : 음.... 네에 노력해 볼게요
아빠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결국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가 힘들고 에너지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힘들고 에너지가 떨어진 사람을 향해 ‘배우라’, ‘공부하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화만 더 나게 할 뿐입니다.
에너지가 떨어져 화를 내고 있거나, 짜증을 내고 있고 있다면 ‘배워라, 공부하라’는 말이 아닌 ‘요즘 많이 힘들지?’,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해’, ‘내가 도와줄 건 없어’라는 말이 더 필요합니다.
아들의 말을 들으며 반성을 한 것은 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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