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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누범실라 Oct 03. 2023

솔로입니다만 임테기를요?

왜.. 생리불순이라 하면 임테기를 해보라고 할까?

왜 간호사들은 환자를 믿지 못할까?

과거 유튜브에 산부인과 간호사들을 인터뷰를 보았다. 임신인데도 관계를 한 적이 없다는 산모들이 많다고 한다.


왜 거짓말을 할까?

환자의 입장인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거짓말이었다.

지난달 초에 월경이 시작되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아무래도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생각하고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음에도 사회적으로나 위치상 추석이 끼면서 스트레스로 작용했는가 보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한 인생이라 하더라도 남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무시할 수는 없었나 보다

2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얼마 안 가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정리했다.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변경된 주말은 고립되기 쉬운 환경이었고 주 1일의 휴무가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나 혼자 휴일이라는 건 어떤 때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의 업무를 보기에는 수월하였지만 친구나 데이트를 하기에는 악조건이었다.


친구들에게는 다음날 출근을 위한 휴식의 시간이었기에 일요일 저녁 약속 잡기가 애매했고 월요일 퇴근 후 약속 잡기에는 다음날 내가 출근을 해야 하기에 부담이었다.

그렇게 1년 8개월가량을 나 홀로 휴일에 고립되었다.


이런 내 삶이 남자친구의 자유를 빼앗는 것 같아 이별을 선택했다. 아직 젊은 나이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을 텐데 언제나 나에게 미안해하고 정작 조건이 좋음에도 나가지 않고 방콕 하는 모습에 미안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돈을 따라가자니 수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포기하며 잃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당시 나의 목줄을 옭아매던 빚을 갚을 수 있었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자금이 되어 나를 버티게 해 주니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때문에 2년 가까이 남자친구가 없다. 그렇다고 그런 쪽으로 관심이 강하지도 욕망의 피를 끓는 청춘도 아니다.

너무 장기간 소식이 없어 친구에게 상담을 하니 임테기를 먼저 돌려보라고 한다.. 최근에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했지만 구구절절 사정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말을 미리 듣기 싫어 숨기기도 했지만 정상적인 연예 생활을 접은 지 오래라는 이야기는 나에게 단점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침 첫 소변은 생리일 전에는 중요하지만 생리일 후에는 어느 때나 해도 상관없다는 안내에 사자마자 해보았다.


당연히 한 줄....

MAX를 넘지 않게 소변을 3~5초간 담그고 평평한 곳에 5분간 방치해두고 찍었다. 가운데 선은 그림자 같다 지금은 안 보이는데... 빨간 글자 앞에 있는 줄이 한 줄이다.


다이소에서 1개짜리 2,000원 3개짜리 3,000원 해서 두 개를 다 샀다.

내가 왜 이걸 사지?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지만.. 일단 뭐 해보라니까 친구한테 찍어주기 위해 확실하게 하자는 의미로 사기는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남자가 없다... 아니... 맨 정신에 이야기를 나눈 남자는 오래된 동호회 동생들 몇이 전부였다.. 단 둘이 만난 남자는... 유부남이자 나의 멘토 네팔친구가 전부인데.. 소울메이트로 동성친구의 우정을 자랑하는 친구이다.


술을 먹은 적도 없다.. 알코올분해장애가 있는 데다 취미가 튜닝이고 특기가 안전운전이라보니... 차를 산 10년 전부터 금주를 했다 1년에 딱 두 번 술을 마시는데 그때는 차키도 집에 봉인되는 날이었다.


그냥... 병원을 가면 솔직하게 의사에게 나의 사정을 다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내일 병원을 갈 텐데 임테기 했다 하면 소변 검사는 따로 안 할 거라 했다.

피검사를 하려나? 이제 35살인데 벌써 폐경기는 아니겠지? 우리 엄마가 50줄까지 하신 걸로 아는데.. 이제는 아이를 갖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살며시 나를 둘러싸는 나이라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임테기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한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함에 해보기도 했다.

친구가 관계 안 했다는 산모 많다~라는 말에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강했고..


올바른 성생활과 바른 피임약사용은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계획적인 임신이어야 살아가면서 그나마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나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가난한 생활을 했음에도 나를 낳아준 어머니께 너무 감사하고 모든 살아온 지난 시절이 소중한 경험이자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좋은 교훈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상위 1%의 가정에서 태어나야지만 가난하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른 인성과 올바른 사상을 가졌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아이를 키울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의 마음이 나의 자녀를 무한한 포용력과 사랑으로 커버할 수 있을 때 가지기를 추천한다.


나는 가난한 부모 아래 엄마의 사랑을 무한대로 받고 자랐기에 지금 이 순간 행복하고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를 사랑을 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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