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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누범실라 Aug 18. 2023

다섯번째 이야기. 한국인도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다.

창작의 문제가 아닌 한국인이 한국어가 틀릴까 봐 작가를 망설이는 친구.



결코 자랑이 아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다.

공장에서 오래 일 하다 보니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10년 전만 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대화가 되더라도 일지를 쓰거나 필기를 해야 할 때는 차마 읽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 많았다.

요즘에는 한국어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지만 입국허가를 내주다 보니 한국인들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외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외국인들도 오래 일하고 능력만 있다면 관리직으로 있는 경우가 많고 나도 마지막 직장에서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나의 사수였다.

간혹, 인터넷에 보면 세계적으로 한국어가 제일 쉽다는 말을 하는데 난 찬성하지 못한다.


초등학생 때는 한자를 배우고 중학생 때는 영어를 배우고 고등학생 때는 영어와 일본어를 배우고 대학생 때는 일본어를 배웠다.

한자가 재미있어 중국어도 배워 보았고 사회에 나와 베트남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베트남어도 배워보고 최근에는 네팔어도 배워봤다.

내가 모든 언어를 포기한 이유는 발음이 가장 큰 문제였다. 발음도 문제고 끈기도 적었고 가장 큰 문제는 기억력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한국어가 제일 어렵다는 것

한 가지 단어에 이렇게 많은 뜻을 가진 것도 하나의 뜻에 이렇게 많은 단어가 있는 것도 한국어가 유일할 것이다.

가끔 나조차 힘든 것이 “밥 먹지 않았을까?” 같은 먹었다는 건지 안 먹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고 곤란한 어휘력이나

“커튼 좀 쳐줘”같이 당시 커튼이 반만 쳐져 있다며 저 말이 닫아 달라는 건지 열어달라는 건지 눈치껏 알아야 하고

만약 알아듣지 못하면 말한 사람이 문제가 아닌 내가 눈치 없고 센스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정말 어려운 것은 시험칠 때이다.

안 그래도 시험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문제에 보면 ~틀리지 않은 것은?, ~맞지 않은 것은?처럼 빙글빙글 돌려서 말하는 것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마음이 급해서 틀리지 않은 것은?이라 했는데 틀린 것을 찾고 있을 때도 있었고 마킹하고 나서 보니 잘못된 것이라 수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왜 한국어를 이렇게 빙글빙글 돌려서 말하고 어렵고 난해하게 말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간혹 자기들 모국어로 대화를 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며 웃을 때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에 눈치챌 것이다. 우리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고 오랜 기간 함께 한 외국인이면 그 외국인의 성격도 알 수 있고

나쁜 말 할 사람인지 좋은 말 할 사람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기에 더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한국인과 사투리로 대화를 하거나 좀 어려운 한국 단어들만 쏙쏙 골라내서 대화를 해버리곤 한다.

같은 말이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 되어 외국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 그 말을 알아들어 봤자 또 다른 단어로 대화하면 또 이해하지 못해 난처해하고 가끔 기분 나쁘다고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대가 먼저 시작했고 여기는 한국이니 한국어로 한국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것인데?


이렇게 외국인들에게만 어려운 한국어라면 문제가 없지만.. 이제는 젊은 새대들이 우리들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번 태풍으로 난리가 났을 때 날씨예보에 글피라는 단어를 쓴 뉴스가 있었는데 무심코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 글피, 그글피로 난리가 난 것을 보았다.

기자도 사전 찾아보고 썼을 거라며 많이 사용하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글을 보고 생각해 보니 나도 글피보다는 내일모레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글피는 잘 안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누군가가 갑자기 글피에 오라고 하면 나도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쓸 때 제일 많이 걱정했던 것이 바로 단어의 적절한 사용과 오타점은 없는지 띄어쓰기는 잘하는지 걱정이 되긴 했었다.


어릴 때 소설을 적는데 띄어쓰기 오타를 지적하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글을 전부 읽어준 것은 고맙지만 어린 마음에 매번 띄어쓰기, 오타를 지적하던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이유로 어릴 때 완결도 못하고 글을 다 삭제 한 기억도 난다.

브런치는 발행이나 저장하기 전에 맞춤법 검사를 해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런 기능들이 없는 곳이 많았기에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봐야 하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사전을 뒤져가며 선생님께 물어 가며 적었고 띄어쓰기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화, 목, 토 오후 5시에 1편씩 업로드를 한다. 1편에 1만 자를 적어 올리는데 띄어쓰기나 철자 틀림 같은 문제점이 한 번에 200~250개 정도가 나온다.

글을 적을 때 맞춤법 검사를 하기 전 다시 한번 글을 읽어보며 수정하지만 이 정도 문제가 잡힌다.

브런치는 글이 더 짧은데도 불구하고 50~100개 정도 나온다.

현직 작가님들의 책을 보면서도 간혹 오타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시험준비를 위해 공부하는데도 참고서에서도 오타가 나오기도 한다.

사람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매번 같은 글을 반복하여 적는다면 오타는 확실하게 줄어들겠지만 우리는 매일 새로운 글을 적고 새로운 기록을 하기에 매일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고 문장도 다르기에 오타가 날 수도 있고 띄어쓰기를 잘못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내가 해 줄 수 있었던 말은 “나도 하는데 네가 왜 못해?” 이 말 뿐이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온 친구라 이보다 더 유쾌한 답도 없을 거 같았고 위로도 없을 거 같았다.

한국어가 서툰 한국인이라도 문제는 없다.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배우게 되고 다른 작가의 책을 보다 보면 알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한 작가는 없다.

한국어가 서툴고 많이 배우지 못했더라도 작가는 자기가 체험하고 상상한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할 뿐이지 한국어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소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덧붙여줄 수 있는 말은..

모르는 단어는 네이버사전이나 지식인에게, 띄어쓰기나 철자는 브런치에서 알아서 잡아준다는 것

요즘 세상 많이 좋아졌다 AI가 그림도 그려주는 세상인데 뭘 걱정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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