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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누범실라 Aug 21. 2023

여섯번째 이야기. 글쓰기 위한 여행?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야 환기가 필요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것은 작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들은 태어나 12개월이 지나면 부모와도 분리를 하여 따로 방을 얻게 된다. 20살이 되면 독립을 하여 나가는 자녀도 많으며 그중 일부는 결혼 후에나 분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처럼 우리는 많은 순간을 가족이나 연인 그리고 부부사이에도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여 나만의 시간, 공간을 갖기도 한다.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글을 쓸 때 곁에 누가 있는 게 가장 부담이 되고 글을 쓰지 못한다..

다 쓰고 나면 새 글 업로드 했다고 자랑도 하고 한번 읽어 보라고 링크 걸어서 뿌리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그 순간 누군가가 지켜본다면 글을 쓰지 못한다.


과거 남자친구와도 이런 문제로 다툰 적이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일기장을 써왔는데 꼭 일기장을 쓸 때면 옆에 붙어서 그걸 지켜보는 경우가 있었다.

일기장은 특히 더 예민한 부분인데 그런 것 마저 보고 싶어 하는 이가 있고 왜 숨기는지 이해를 못 하는 이들은 존재했다.


어떻게든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고 싶은데 차마 이런 건 예를 들만한 게 없어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바보 같이 비유를 하자면..

내가 적어 내려 가며 창작하는 순간을 지켜본다는 것은 내가 2,3일 전부터 씻지 못하고 아침에 눈을 떠서 거실로 나갔는데 그런 내 모습을 누군가가 보게 되는 순간과 비슷한 거 같다.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누구든 다 똑같을 것이다 씻지 않으면 더럽고 머리를 감지 않으면 떡져있고 이리저리 난리가 나 있을 것이고 잠버릇이 고약하면 침도 흘릴 것이고 편안함을 추구하다 보면 잠옷이 좀 우스광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완성이 되지 않은 글은 분명 오타도 있고 단어 선택도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엉성한 부분들도 존재할 것이다.

조개를 쪼개서 갓 꺼낸 진주는 정말 아름답고 신비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쌓이게 되면 신비로움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내 글들은 지금 그런 상태이다.

창작을 하는 순간에 보게 되는 내 글은 상자에 담긴 진주의 상태이고 우리들은 이것들을 다듬고 깎고 구멍을 내어 줄로 연결하여 목걸이로 팔찌로 귀걸이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글은 탄생이 된다.


이 글을 쓰기 위하여 나는 통영으로 왔다.

잘 쓰던 웹소설에 슬럼프가 왔기 때문이다 70편을 예고했지만 10화를 쓰면서 슬럼프가 왔다 어떻게 글을 이어가야 할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고 내가 쓰는 소설임에도 뭔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왔다.

작가가 자기 글에 지루함을 느꼈다는 것은 작품이 망해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아직 접기에는 구상한 것에 10%도 안 되는 상태인지라 적어둔 글들을 수정을 하며 글 쓰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은 쉽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지루함을 알아채는 속도 보다 독자들이 먼저 지루해짐을 알아채고 이미 조회수가 떨어지기 시작했음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이니까 모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소재를 잘못 잡은 것일까..

여자 트럭커는 흔한 소재가 아니니까.. 직업이 직업이라보니 소외되는 상황과 현실을 너무 잘못 표현한 것은 아닐까?


웹소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막장 소재가 들어가야 한다 했는데 내 소설에서 막장은 찾기가 어렵긴 하다.

독자들을 위해 독자들이 원하는 소재를 넣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소재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나조차 지루해지기 시작한 소설은 처음부터 다시 갈아엎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장소를 바꾸어 보았다.

투룸 같은 작은 아파트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글 하나만 적고 있다 보면 어쩔 때는 집중이 잘 되어 너무 좋지만 어쩔 때는 우울해져서 내 글조차 우울모드로 변해가고는 했다.

밀폐된 아파트 단지의 답답함과 고립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기에는 지쳐갔고 그래서 하루, 이틀이지만 여행을 왔다.


장소 하나 바뀌었다고 바로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겠지만 그래도 환기가 되어가면서 답답함에 손도 대지 못하던 글들을 다시 보면서 더 좋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수익이 없는 글을 쓰면서 여행이라 하면 과한 것 같고 부담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일탈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을 쓰다가 막힌다면 환경을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책상의 위치도 바꿔보고 책상 위 놓여 있는 화분도 바꿔보고 키보드도 바꿔보고 마우스도 바꿔보고 가끔 카페에 가서도 글을 써보고 그렇게 내가 평소 원하는 대로 환경을 바꾼다면 글을 쓰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이 많이 막힐 경우가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고 길이 막히고 달리지 못한 다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잠시 차를 세워 맑은 공기고 한번 먹고 일어서서 스트레칭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 한잔하고 다시 출발하면 길이 언제 막혔냐는 듯 뻥 뚫려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글 쓰는 것이 집 앞 마실 가는 것이 아닌 고속도로를 타고 먼 곳까지 달려가야 하는 마라톤과 비슷하다.


지쳐 쓰러지고 낙심하여 포기하기 전에 내 글로 인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라며 작가로 인정을 받고 일주일..

생각지도 못한 댓글과 응원으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란 마음이 가득하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웹소설 연재를 주저하는 마음이 강했지만 다시 힘을 내고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어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다.

더 좋은 글과 성실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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