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에게 감사해라

by 행당동 살쾡이


사람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가 있고, 형제가 있다. 피가 같다. 뼈가 같다. 그러나 어릴 적에는 그 피와 뼈의 무게를 모른다. 그저 옆방에 있는 존재. 장난감을 뺏기도 하고,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며칠을 말을 섞지 않기도 한다. 그 관계 속에서 ‘피붙이’라는 말은 교과서 속의 단어였고, 낡은 소설 속의 대사였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세상에서 부대끼고,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는 경험을 하면서야 그 단어가 내 살 속에 스며든다. 피붙이라는 말은 피의 연결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부모는 언젠가 떠난다. 그것이 순리다. 그날이 오면, 너는 놀랄 만큼 외로워질 것이다. 세상에 홀로 서 있다는 감각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그 순간, 네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너와 같은 피를 가진 사람들뿐이다.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그 존재는 절실하다. 친구는 많아도, 직장 동료는 많아도, 그들은 혈연이 아니다. 상황이 바뀌면 떠난다. 그러나 형제는 다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결국 남는다. 그것이 피붙이다.



너는 지금 누이와 다툰다. 시시한 이유다.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작은 말이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소함이 쌓여서 관계를 멀게 만들면, 훗날 너는 깊이 후회할 것이다. 부모가 없는 날, 네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걸 사람은 바로 그 누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누이는 네 약점을 아는 사람이고, 네 어린 시절을 함께 산 증인이다. 네 웃음과 울음을 모두 본 사람이다. 그것은 세상 어떤 인연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감사는 마음속에만 두면 안 된다. 말로 해야 한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오늘 누이가 너를 귀찮게 했더라도, 네 계획을 방해했더라도, 네 마음 한켠에서 ‘고맙다’는 말을 꺼내야 한다. 그것은 비굴함이 아니다. 오히려 강함이다.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관계를 지킨다. 형제 사이에 주고받는 감사는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다.


세상은 냉혹하다. 거짓이 많고, 배신이 많다. 그러나 형제는 다르다. 설령 다툼이 있어도, 그 뿌리는 깊다. 그것이 네가 세상과 싸우다 지쳐 쓰러질 때,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를 수 있는 마지막 벽이다. 그 벽을 허물지 마라. 스스로 깨뜨리지 마라.



너도 누이의 벽이 되어라. 형제는 의무가 없다면 쉽게 깨지는 관계다.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누이가 힘들 때, 너는 망설이지 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네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다. 너희는 같은 뿌리에서 자란 나무다. 바람이 불면 서로를 가려줘야 한다.



세월이 지나면 이별이 오고, 죽음이 온다. 그때 남아 있는 형제는 너의 마지막 피붙이다. 그 존재를 잃으면, 너는 세상에 홀로 서게 된다. 그 고독을 미리 알아야 한다. 알아야 오늘의 감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 네 누이들에게 감사해라. 사소한 말다툼과 짜증 속에서도 감사해라. 그들은 너를 지켜줄 사람이고, 너 또한 그들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피붙이의 의무이고,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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