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미루며 산다. 미루는 동안,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그 미루었던 일은 점점 멀어진다. 마음속의 불씨는 작아지고, 손끝의 힘은 빠진다. 나는 그걸 겪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검도를 배웠다. 대나무 검을 손에 쥐고, 허리를 곧게 세웠다. 몸은 무겁고 동작은 느렸지만, 매일 아침 체육관 바닥을 울리는 발 구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졌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다. 그러나 그 낯섦이 내 삶에 새로운 결을 만들었다.
신혼여행을 하기위해,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국경 너머의 세상을 그저 책과 화면으로만 보았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니,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한 조각에 불과했다. 바다 건너의 공기, 언어, 음식, 빛의 색이 달랐다. 세상은 넓었고, 나는 작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수영을 배웠다. 물속에 몸을 맡기고, 숨을 참는 법을 배웠다. 물 위에서 균형을 잡는 법도 배웠다. 물은 내 마음의 속도를 늦췄다. 가끔은 물속에서 눈을 감고, 모든 소리를 끊고, 호흡만 느꼈다. 그 시간은 짧지만, 깊었다.
입시라는 핑계로, 바쁘다는 이유로, 하고 싶었던 것을 자주 미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검도와 수영은 결국 해냈다. 여행도 했다. 미뤄둔 것들을 하나씩 채웠다. 그런데 단 하나, 채우지 못한 것이 있다.
나는 어떤 악기도 다룰 줄 모른다. 건반 위의 음을 만들 줄 모른다. 현을 뜯어 울림을 낼 줄 모른다. 악보를 읽지 못하고, 음을 세우지 못한다. 그것이 평생 내 마음속의 빈자리였다.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의지가 부족했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빈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졌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고, 하지 않으니 잊혔다. 그리고 어느 날,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정이 식었다. 마음속의 불씨는 이제 나를 데우지 못한다. 악기에 대한 꿈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래서 말한다. 대학에 가면 악기를 배워라. 피아노든, 기타든, 바이올린이든 좋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라. 그리고 초보의 서툼을 견뎌라. 손끝에 굳은살이 박히고, 소리가 불안정해도 괜찮다. 배움은 완벽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손끝이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처음엔 힘들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악기는 너의 것이 된다.
악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네 감정을 담는 그릇이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음이 대신 전해준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분노할 때도, 네 손끝에서 나오는 소리는 거짓이 없다. 음악은 위로한다. 그리고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악기는 네 친구가 된다. 사람은 떠나지만, 음악은 남는다. 네가 만든 소리는 네 방을 채우고, 네 마음을 감싼다. 혼자 있는 날, 악기는 너를 배신하지 않는다. 너의 감정을 받아주고, 흘려보낸다. 음악과 함께라면 외로움은 깊어지지 않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위안이 있다. 그것이 평생 너를 지켜준다.
젊을 때 배워라. 나이가 들면 배우기 어렵다. 시간이 없다. 체력이 없다. 마음이 쉽게 지친다. 젊은 날의 손과 귀는 새것이다. 배움이 빠르고, 흡수력이 높다. 그 시절에 익힌 악기는 평생 간다. 쉰이 되어도, 칠순이 되어도, 손끝의 기술은 네 안에 남아 있다. 네 나이가 늙어도, 그 음악은 늙지 않는다.
인생은 한 곡의 음악 같다. 어떤 사람은 서두르다 박자를 놓친다. 어떤 사람은 너무 조심하다가 멜로디를 잃는다. 악기를 배운다는 건, 인생의 박자를 배우는 일이다. 소리와 침묵의 균형, 빠름과 느림의 조율, 강약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악보 속 쉼표처럼, 멈춤이 의미를 갖는 순간도 있다. 네 손끝이 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너는 삶의 흐름을 다루는 법을 이미 배운 것이다.
너는 아직 모른다. 악기가 네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음악은 시간을 품는다.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그 시간을 손끝에 저장하는 것이다. 어떤 날의 햇빛, 어떤 날의 비, 어떤 날의 웃음과 눈물이 그 선율 속에 녹아든다. 훗날 그 소리를 다시 연주하면, 그 시절의 공기와 냄새까지 되살아난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대학에 가면 늦추지 말고 악기를 배워라. 학점보다 중요한 것은 네 손끝에 남는 것들이다. 졸업장을 들고 사회에 나갈 때, 사람들은 네 성적표를 잊는다. 그러나 네가 다룰 줄 아는 악기는 너와 함께 간다. 회사에서 받은 상보다, 네 방 안에서 만든 한 곡의 음악이 너를 더 오래 지켜준다.
사람들은 종종 인생에서 후회하는 것들을 말한다. 못 산 집, 못 간 여행, 못한 사랑.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못 배운 것’이 주는 후회가 가장 길다. 집은 팔 수 있고, 여행은 나중에 갈 수 있고, 사랑은 다시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움의 시기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악기를 배우지 못한 나의 후회는 지금도 이어진다.
너는 내 후회를 물려받을 필요가 없다. 네 젊음의 손끝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 소리를 네 것으로 만들어라. 그렇게 얻은 친구는 네 생을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나의 빈자리를, 너는 채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