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를 쉬지마라

by 행당동 살쾡이


읽기를 쉬지 마라. 사람은 밥을 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그러나 정신은 읽기를 멈추면 메말라 죽는다. 육체의 죽음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정신의 죽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두렵다. 글을 읽지 않는 사람은 살아 있으나 이미 죽은 것이다. 세상에 발을 딛고 걸어 다니지만, 그의 정신은 뿌리 뽑힌 나무처럼 흔들리고 시들어간다.



많이 읽어야 한다. 세상의 지혜와 역사는 문자 속에 저장되어 있다. 수십 년, 수백 년의 경험과 사유가 종이 위에, 활자 속에 눌려 있다. 한 권의 책을 두 시간 만에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두 시간 만에 훔쳐보는 것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실수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얻은 진실을 글로 남겼다. 우리는 그 진실을 단 몇 시간 만에 건너뛴다. 이것은 기적이고 축복이다. 그러므로 읽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책은 너에게 가장 값싼 스승이다. 돈을 주고 스승을 사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책 한 권의 값은 점심 한 끼의 값보다 싸다. 점심은 너의 배를 채우지만, 책은 너의 영혼을 채운다. 배는 금세 다시 고프지만, 영혼은 오래도록 배부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인생은 갈라진다.



먼저, 소설을 읽어라. 소설은 인간의 마음을 푸는 열쇠다. 너는 타인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너는 네 안의 슬픔만 안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 너는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소설 속 주인공이 당하는 모멸, 기쁨, 좌절, 사랑이 너의 것이 된다. 너는 타인의 삶을 빌려 너의 마음을 넓히는 것이다. 너의 세계가 깊어지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힘이 길러진다.



다음으로 수필을 읽어라. 수필은 한 인간이 자기 인생의 구석에서 길어 올린 진실이다.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소박하다. 수필을 읽으면, 평범한 인간의 하루가 지닌 무게를 알게 된다. 하루의 무게를 알게 되면, 너의 하루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게 된다. 남의 글에서 배운 무게가 너의 삶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또한 시는 읽어야 한다. 시는 언어의 칼끝이다. 불필요한 것을 다 잘라내고, 가장 날카로운 순간만 남긴다. 시인은 한 줄에 세계를 담는다. 너는 그 한 줄을 붙잡고 며칠을 생각하게 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언어의 무게를 배우는 것이다. 언어의 무게를 배운 자만이 바른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자만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읽을때는 깊이 읽어야 한다. 읽기는 많음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깊어야 한다. 얕게 읽는 자는,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얇은 종잇장이다. 그러나 깊게 읽는 자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깊이 읽으려면 한 가지 주제를 붙잡아야 한다. 한 가지를 붙잡아, 두 시간 동안 네 말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일리아드를 읽어라. 트로이 전쟁의 분노와 슬픔을 붙잡아라. 수천 년 전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오늘 너의 가슴을 흔든다.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전쟁은 변했고 무기는 바뀌었으나, 인간의 분노와 사랑은 그대로다. 너는 그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네 삶을 조금 더 정확히 바라보게 된다.



동파육 만드는 법을 읽어보아라. 고기를 오래 삶는 법, 간장의 농도를 맞추는 법, 불을 다루는 법을 배워라. 사소한 요리책 속에도 세계가 숨어 있다. 불과 소금과 칼을 다루는 법은 곧 삶을 다루는 법이다. 네가 요리를 배워서 얻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삶의 질서다. 삶의 질서를 배운 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목조주택을 짓는 법을 읽어라. 나무를 고르는 법, 기둥을 세우는 법, 비바람을 막는 법을 배워라. 집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인간이 자연과 맞서 싸우는 오래된 방식이다. 네가 목조주택을 공부한다면, 네 안에 집을 짓는 마음이 자란다. 너의 삶을 집처럼 짓고, 무너지지 않게 기초를 세우는 힘이 자란다.



이렇게 읽다 보면, 너는 내공을 쌓는다. 내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폭풍이 불 때, 얇은 종잇장은 찢겨 나가지만, 뿌리 깊은 나무는 버틴다. 내공이 있는 자는 버틴다. 그리고 살아남는다.



너는 결국 거인의 어깨에 오를 것이다. 너 혼자 쌓은 지식으로는 세상을 다 볼 수 없다. 그러나 읽기를 통해 너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선다. 수천 년의 철학자, 과학자, 문학자, 장인들의 어깨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네 눈은 넓어지고, 네 마음은 깊어진다. 네 시선은 멀리 간다.



읽기를 쉬지 마라. 읽기는 네 삶의 무기다. 세상은 언제나 변한다. 지식은 낡아지고, 기술은 사라진다. 그러나 읽기를 통해 얻은 힘은 남는다. 그것은 네 사고의 근육이다. 근육이 있어야 무거운 짐을 든다. 읽기를 통해 너는 사고의 근육을 기른다. 그 근육은 너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읽기를 멈추는 순간, 너의 정신은 쇠한다. 쇠한 정신은 작은 일에도 무너진다. 그러나 읽기를 이어가는 자는 언제나 다시 일어선다. 그러므로 오늘도 책장을 펼쳐라. 활자의 바다에 몸을 던져라. 그리고 끝없이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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