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대학에서의 전과 및 타대학 재입학

by 행당동 살쾡이


둘째가 암스테르담 대학에 진학했을 때, 나는 그가 과연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사실 둘째는 활발하다기보다는 조용하고, 집에서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그가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예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그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만나며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기숙사 룸메이트만 해도 루마니아에서 온 친구였고, 그의 수업을 함께 듣는 클래스 역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인재들로 가득했다.



물론 공부는 녹록지 않았다. 수업 중 40% 정도가 중도에 탈락할 만큼 학업 강도는 살벌했다. 그런데 둘째는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몇 친구들과 우정을 쌓았고, 그들은 종종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며 학업과 생활 정보를 나눴다. 이런 경험은 둘째에게 단순히 공부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그는 자신이 속한 글로벌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서, 그의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곧 그것이 네덜란드 대학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목표에 맞춰 전과하거나 타 대학으로 재입학하는 것이 매우 자유롭다.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더치인 친구 A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다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U)의 계량경제학 프로그램으로 옮겼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는 둘째에게 네덜란드 라이프의 작은 팁들을 전수해주었던 고마운 친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새로운 대학으로 이동했다고 알렸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학비 부담이 거의 없는 네덜란드 국적 학생의 특성상, 학업 환경이나 전공 선택이 맞지 않으면 부담 없이 전과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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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온 친구 B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외모도 이쁘장한 그는 둘째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존재였다. 우리가 흔히 가진 선입견과 달리, 흑인 친구를 사귀며 둘째는 또 다른 시야를 넓혔다. 그런데 B도 결국 타 대학으로 이동했다. 그는 에라스무스 대학의 경제학 프로그램으로 재입학했는데, 에라스무스 대학은 계량경제학계에서는 전세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대학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둘째에게 B가 선택한 새로운 환경은 더 나은 학업과 연구 기회를 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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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베트남 영재학교 출신의 C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타 대학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UvA 내에서 Economics and Business Economics(EBE)로 전과를 했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전공이었지만, 그 역시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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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 목표와 적성에 따라 전공이나 대학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한 번 선택한 전공이나 대학에 묶여야 한다는 압박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결과, 친구들이 중도에 떠나거나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학생 개인의 성장과 적응을 존중하는 문화의 반영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과나 재입학의 결정이 단순히 학업 부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적합한 프로그램이나 대학, 혹은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학업과 진로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는,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동시에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과 네덜란드 대학 문화의 차이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한국에서는 한 번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둘째는 조용하고 집에서 시간을 즐기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결국, 암스테르담 대학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학문적 성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선택,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모두 포함된 소중한 경험이다. 친구들이 떠나고, 전과하거나 재입학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둘째는 자신만의 학습 방식과 성장 경로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앞으로 그의 삶과 진로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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