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수업이 여러 개 이어지는 날이면 아침에 서둘러 샌드위치를 싸서 챙겨 가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간단히 식사를 한다고 했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이제는 어엿하게 자기 일정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동시에 걱정스럽기도 하다.
네덜란드와 한국은 시차가 약 7시간. 그래서 그곳의 점심시간이 곧 우리의 저녁시간이다. 덕분에 우리는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하면서, 녀석은 하루의 한가운데에서 점심을 먹으며 영상통화를 하곤 한다. 통화 도중 그는 본인이 준비한 점심을 카메라 앞에 보여주는데, 부모의 눈에는 늘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고기를 좀 더 먹으라고 주문을 해도, 녀석은 귀찮음을 앞세운다. 장을 보러 가는 일부터 시작해,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닌가 보다. 결국 가장 빠르고 간단한 파스타에 양배추와 달걀 정도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식단을 보고 있노라면 "저걸로 버틸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괜히 걱정이 앞선다.
사실 유학을 떠난 아이들이 오히려 잘 먹지 못해서 살이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과자나 인스턴트 위주의 생활로 살이 불어나 비만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출국 전에 가장 많이 했던 걱정 중 하나가 바로 '밥 문제'였다. 그런데 막상 지켜보니 첫째는 후자보다는 오히려 '너무 안 먹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돌아보면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공부에 지쳐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최소한의 노력으로만 끼니를 해결했다. 학업의 강도가 세고, 생활의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환경에서는 먹는 것조차도 '해야 할 일 중 하나'로만 여겨지는 것일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챙겨 먹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눈앞의 수업과 과제, 시험이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래서 결국은 스스로 필요한 만큼만 먹고, 스스로의 생활 리듬에 맞게 조율해 나가는 것 같다.
어쩌면 유학생활이란 게 그런 것 아닐까. 부모가 보기에 부족해 보이더라도, 아이들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버티고 적응하며 성장해간다. 부실해 보이는 점심 식단조차도, 스스로 준비해 챙겨 먹는 과정 속에 그만의 독립심과 자립심이 담겨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