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A 기말고사 준비 @ Calculus

by 행당동 살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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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암스테르담 대학교(UvA)의 프로그램을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 빡빡한 스케줄이다.


두 달 동안 두 과목을 끝내는 일정.


결국 일년에 20번의 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학생에게는 숨 돌릴 틈이 없고, 부모에게는 걱정이 쌓인다.



그러나 나는 그 리듬이 좋다.


게으를 틈이 없다는 것, 늘 긴장과 몰입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게 결국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작년에 둘째가 그 일정을 겪었다.



시험이 끝나면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과목이 시작되고,


과제가 쏟아지고,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그래도 결국 해냈다.


피곤에 절어 눈이 반쯤 감긴 채로도,



이제는 첫째의 차례다.


지난주에 중간고사를 본 것 같은데, 벌써 다음 주가 기말고사다.


시간이 이렇게 흐른다.


나는 그저 멀리서 달력을 세어보며,


오늘은 시험 준비를 잘 하고 있을까,


제대로 먹고는 있을까,


그런 걱정만 덧댄다.



중간고사에서 Macro는 9점을 받았다.


10점 만점 중 9점이라니,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은 점수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놀랐다.


‘이 녀석, 생각보다 잘하네.’


그러나 곧 이어진 Calculus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점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건 그냥... 묻지 마세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첫째는 입학하기 전부터 자신만만했다.


“저는 수학 잘해요. 자신 있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반쯤 웃었다.



둘째가 한마디 했다.


“나도 입학하기 전에는 내가 수학 천재인 줄 알았어.”


그 말은 조용했지만 묘하게 무게가 있었다.


경험에서 나온 자조였다.


나는 그 말을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지금, 그 말이 고스란히 첫째에게 적용되고 있다.



“아빠, 내가 너무 쉽게 봤어.”


그 한마디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좌절, 당황, 그리고 약간의 자존심 상함.


그러나 나는 그런 시행착오가 좋다.


사람은 쉽게 깨닫지 않는다.


머리로 아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쳐서 배우는 것이 진짜다.



첫째는 지금 그걸 배우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낯선 언어로 쓰인 교재를 읽고,


문제집에 손으로 수식을 써 내려가며,


스스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 벽이 높고 단단할수록, 그 성장도 깊어진다.



현지 시각으로 밤 열두 시가 넘었는데도 카톡이 왔다.


‘안 자냐?’ 물으니,


“다음 주 시험인데 벌써 자면 어떡해요.”


오히려 나를 꾸짖는다.


그 말에 잠시 웃음이 났다.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녀석의 공부 흔적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노트에 빼곡히 적힌 수식과 그래프,


기호와 기울기의 나열들.


그 어느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적분이니 미분이니,


그건 이미 오래전에 내게서 떠난 언어다.



이제 나는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


시험 준비를 대신해줄 수도 없고,


문제를 풀어줄 수도 없다.


그저 멀리서,


그 아이가 잘 버티길, 잘 이겨내길 빌 뿐이다.


그게 부모의 공부다.



가르치는 공부가 아니라, 기다리는 공부.


손을 놓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아이들은 이제 제 인생의 리듬을 찾아간다.


둘째는 작년에 그 빡빡한 스케줄을 통과하며 단단해졌고,


이제 첫째가 그 과정을 걷고 있다.



시험은 늘 고통스럽고,


점수는 늘 기대에 미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아이는 매일 조금씩 자란다.



유학이라는 건 결국 ‘자기와 싸우는 일’이다.


언어와 싸우고, 시간과 싸우고,


외로움과 싸우며 버텨내는 일이다.


시험이라는 건 그 싸움의 한 장면일 뿐이다.


시험이 끝나면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린다.


과제가 오고, 발표가 오고, 새로운 개념이 온다.


그걸 감당하며 아이는 자신을 확장한다.



나는 그저 그 여정을 바라본다.


멀리서 응원하고,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무게를 견디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그동안 아이가 부서지지 않기를 바란다.


UvA의 빡빡한 일정은 냉정하지만 공정하다.


게으른 사람에게는 무섭고,


성실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 프로그램이 좋다.



아이들이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단단해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부다.


시험이 끝나면 또 새로운 과목이 시작될 것이다.


이 리듬은 3년 동안 이어진다.



끝없이 쫓기고, 끝없이 배우는 시간.


그러나 그 안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배우고,


자신을 배운다.



그리고 언젠가,


그 모든 시간을 뒤돌아보며 웃을 수 있기를.


“아, 그때 진짜 힘들었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지.”


그 말 한마디면 된다.


그게 성장의 증거다.


나는 멀리서 그 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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