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대신

22화: 신이 된 인간, 인간을 택한 신

by 수원 박선생

22화: 신이 된 인간, 인간을 택한 신

별이 사라진 하늘 아래.

정우현은 폐사찰의 신단 앞에 앉아 있었다.

세상은 고요했고, 모든 신령들은 침묵 속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선황대신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신을 계승하면, 신들은 사라지고 하나가 될 것입니다.

당신이 계승하지 않으면, 세상은 신의 시대를 끝내고 혼돈으로 향하겠죠.”

정우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이 된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슬픔을 떠안는 거죠.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윤미령의 마지막 선언]

한편, 검은 의회의 마지막 회의.

윤미령은 검은 가면을 벗은 채 서 있었다.

“정우현이 선택할 겁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 모두의 운명을 나눌 겁니다.”

그녀는 손끝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가 신이 되더라도,

나는 그의 신성을 부정할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신이 되는 자가, 과거 한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는 진실.

그 침묵을 세상에 드러낼 거예요.”

그녀의 앞에, 오래된 병원기록 한 장이 펼쳐졌다.

이름: 이선하

진단명: 무속성 공황장애

비고: 치료 거부 → 사망

“이 여인은 정우현이 외면한 첫 번째 신의 씨앗입니다.”

[정우현의 선택 – 인간의 말]

신단 앞.

정우현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공수 대신 말을 선택했다.

“나는 신이 되지 않겠습니다.”

모든 신령이 조용히 숨을 멈췄다.

윤서린이 입을 열었다.

“그 선택은…

세상에 혼란을 줄 수도 있어요.”

정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하지만, 신을 믿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어요.

그건 서로를 믿는 거예요.”

“나는 인간을 믿어보려 합니다.”

[신령의 반응 – 해산과 남음]

바리공주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 신이 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신이 아닌 기억으로 남습니다.”

장군대신도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되겠군요.

이제 인간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길을 택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선황대신이 입을 열었다.

“이 선택은 위험하지만, 신보다 인간을 위대한 존재로 만드는 첫 걸음입니다.”

신령들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들은 신으로서가 아니라, 전해졌던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윤미령과의 마지막 대면]

정우현은 마침내 윤미령 앞에 섰다.

그녀는 웃지 않고 말했다.

“신이 되지 않겠다고요?

그럼 이젠 누구도 세상을 구하지 못해요.”

“맞아요.”

우현은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부턴, 누군가 한 명만이 세상을 구하는 시대는 끝나야 해요.

모두가 조금씩 짊어지는 시대여야죠.”

윤미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나는 뭐가 되죠?”

“내가 짊어진 고통은?

내가 원했던 자리는?

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나 같은 존재는… 어디로 가죠?”

정우현은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자리는, 당신도 같이 짊어지는 거예요.

사람으로.”

[윤미령의 눈물]

처음으로, 윤미령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말…

내가 스무 살에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

검은 안개가 흩어지고,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이름 없는 무당은 사라졌고, 한 사람의 이름 윤미령 만이 남았다.

[마지막 장면 – 신이 없는 하늘]

며칠 뒤.

서울 하늘엔 별도, 이상 기류도 없었다.

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

“요즘 괜찮아요?”

“힘들면 말해도 돼요.”

“당신은 신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정우현은 작게 웃었다.

“신은 사라졌지만, 신이 말하고자 했던 모든 건, 사람들의 말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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