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하는 가을

반려견, 아기 진돗개

by 세라비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건…

“나만 강아지 없어, 나도 강아지!” 한동안 나의 아이가 종종 나에게 강아지를 키우자며 조르곤 했었다. 옆에서 남편도 거들며 “맞아, 맞아!”라고 맞장구치며 아이의 바람에 불을 지폈고…

미국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기르는 경우가 흔하다지만, 남편과 나 둘 다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가뜩이나 바쁜 스케줄에 허덕거리는데 다른 생명체 하나를 집에 들여 키운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말입니다, 남편이 진도 강아지(?!)들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나에게 낚시질을 했다. 건너 건너 아는 분의 진돗개가 새끼들을 낳았는데 지금 분양한다고.

나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끈 문제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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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워서일까, 아니면 내가 그날따라 유독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잠시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해서일까, 나는 덜컥 “그래, 그러면 자기가 늘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전적으로 강아지 관리한다고 약속하면 생각해볼게.”라는 말을 해버렸고,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집으로 진돗개, 아니 진도 강아지가 오게 되었다.

강아지라니, 강아지… 내 일생에 강아지를 기른다는 건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인생은 예측불허라더니, 정말이지 콤콤한 냄새를 풍기며 우리 집으로 들어온 작은 생명체는 십여 분이 지나자마자 슬슬 온 집을 탐색하더니 거실 곳곳에 영역표시도 하며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다.

집으로 오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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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를 때에도 인(터넷) 선생님으로부터 온갖 비법을 전수받아 그것을 제대로 실전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강아지를 기르면서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눈물 좀 닦고…)

배변 및 잠자리 훈련에서 보기 좋게 이주 연속으로 실패를 거듭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인데, 왜 성장함에 있어 쉬운 길은 없는 것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_-으로부터 시작해 왜 인간과 개는 먹고 싸고를 반복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삶의 본능적인 부분에 대한 까지…

내 삶의 기본권, 그러니까 자고 싶을 때 이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 잘 수 없고(낑낑거리고 울어대는 통에 제대로 잘 수가 없다ㅜㅜ),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으며(먹으려고 하면 어디 구석에서 놀고 있다가도 미친 듯이 달려온다),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없는(발톱에 올이 나간 니트가 벌써 서너 벌이 된다) 상황에 이건 무슨 아기를 다시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다.

애나 개나 잘때가 젤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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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인간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먹고 싸니즘의 굴레 속에서-_- 중간중간 울음소리를 판별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때에 맞춰 백신도 맞아야 하고, 월령에 맞춰 훈련도 강도를 높여가며 시켜야 하고… 무엇보다 집에 앞발이 닿을 만한 모든 것을 싹 다 치워야 해서… 강제 미니멀리즘을 시행하고 있는 개 육아의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개 알못인 나라 상황이 심각한 건지도 모르고 강아지를 덥석 받아왔는데(사실 남편이 진돗개를 분양받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 강아지를 덥석 받아왔다-_-), 다음날 보니 강아지에게 벼룩이… 기겁을 하며 물어물어 샴푸가 아닌 세제를 약하게 풀어 목욕을 시키고 며칠에 걸쳐 빗질을 하며 다 잡아냈다. 게다가 강아지 mange, 그러니까 모낭충이 있어 피부질환 때문에 백신도 못 맞고(백신을 맞으러 갔는데 증상을 보며 맞아도 소용없다며 삐꾸 당하고 왔다ㅜㅜ)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이며 집에서 차도를 보일 때까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백신을 맞아야 바깥나들이도 가는데, 그래야 외변도 시도하는데….ㅜㅜ 다사다난함의 연속이다.

이제 계단도 올라가고, 탐험을 즐긴다;;



솔직한 내 마음은, 나 돌아갈래~~!! 강아지 없던 평화롭던 삶으로~~!!이지만, 이런 시기들을 거치며 불편과 책임을 감수하고 사랑으로 극복하며 받아들이는 가족 신고식(?)을 치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결혼하고 남편과 살며 이인삼각의 긴 레이스를 시작했을 때에도, 아이를 임신한 시점부터 아이를 분만하고 육아를 시작했을 때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의 연속, 불편함, 때로 좌절, 가끔 기쁨과 행복의 강-강-약-중강-약의 리듬에 맞춰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들을 겪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도 겪고 있지만-_-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는, 잊고 있던 육아의 추억을 실제로 소환하는 것이다.

고양이+캥거루+심바=내 강아지?!?

강아지와 함께 하는 가을, 앞으로 맞이할 겨울을 기대하며…(나 떨고 있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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